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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자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며 야단법석이다. 녹취 파일을 통해 혐의가 점차 짙어지자 당 전체가 ‘부패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의혹 연루자들과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호들갑을 떠는 민주당 의원들의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따름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나 송영길 전 대표 모두 그놈의 ‘돈’이 문제였다.
송영길이 승리한 전당대회 때와 이재명이 승리한 대선후보 경선 때 모두 그런 추악한 돈이 뿌려졌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선거결과가 왜곡됐다면, 이건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한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 혁명 기념식’ 기념사에서 “민주주의는 독재와 폭력,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우리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민주주의 위기는 우리 자유의 위기”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사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4.19 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가운데 ‘이재명의 대장동 검은돈’과 ‘송영길의 돈 봉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심송심(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 논란이 제기됐었는데도 이재명과 송영길은 정말 아무 연관이 없을까?
송영길 ‘쩐당대회’에 이심(이재명의 의중)이 있었다는 의구심은 지나친 것일까?
특히 송영길은 자신이 내리 5선을 했던 지역구, 정치인에게 있어선 생명과도 같은 그런 지역구를 이재명에게 조건 없이 양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둘 사이에 어떤 거래와 흥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송영길은 즉시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은 입국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파리에서 백팩에 코트 차림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기 귀국 가능성을 묻자 "그날(22일 기자회견) 말씀드리겠다"라고만 답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장소가 오늘 중으로 섭외가 되면 (22일에 기자회견을 하겠다). 저는 수업이 있어서 들어가야겠다"라며 그대로 도망치듯 현장을 뜨고 말았다.
이에 따라 송영길이 조기 귀국하는 대신 해외에서 여론전과 지연전을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당 의원들은 죽을 맛이다.
지금 지역구 의석 절반에 이르는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수도권은 통상 '바람'에 의해 선거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데 부패와 관련된 이슈는 민주당 간판을 나온 후보들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여당이 조금 우세한 PK 지역 후보들은 궤멸당할 수도 있다.
원내대표 주자인 김두관 의원과 NY(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면서 그의 탈당까지 거론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김두관 의원은 송영길뿐만 아니라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탈당까지 촉구했다.
심지어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송영길에게 “구질구질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조기 귀국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조기 귀국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정말로 송영길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했는지도 의문이다. 조기 귀국을 해도 이재명에겐 타격일 것이고, 프랑스 현지에서 버티기에 들어가도 타격일 수밖에 없는 이재명의 처지가 난감해 보인다.
‘민주’라는 환한 얼굴을 하고 ‘돈 봉투’라는 검은 손을 움직인 대가일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의 ‘사기꾼’ 발언이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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