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부끄럽지도 않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1 11: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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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5년 동안 자행되었던 비리와 부패가 하루걸러 하나씩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릴 놀랄 일도 아니다. 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 당시 미국 국무부는 ‘2021년 인권 관행에 관한 국가 보고서: 한국’ 편에서 한국 정부 내 모든 계층에서 수많은 부정부패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은 때때로 처벌받지 않고 부패 관행에 관여했고, 모든 계층에서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있었다는 것.


보고서는 한국의 부패 대표 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 수사, 대장동 택지 개발 비리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씨의 자녀 입시 비리를 꼽았다.


그런데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용세습’은 견제받지 않는 정부 기관이 얼마나 부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모든 것은 문재인 정권이 남긴 부패의 흔적들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참담하다.


우선 당장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체 규모와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로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선캠프 총괄이었던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수자원공사 감사 등이 돈을 마련해서 몇몇 의원들과 위원장들에게 돌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송영길 전 대표와 주변 인물 몇 사람의 책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 정당에서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부패와 매표를 상징하는 돈봉투를 돌리고 또 받았다면 이는 ‘송영길 사건’이 아니라 ‘민주당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였다. 비록 김 의원이 ‘꼬리 자르기’ 하듯 탈당했다고는 하나 이 역시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최고 가치가 60억 원에 달했다는 가상자산 규모는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거액이라는 점에서 돈봉투 사건 못지않게 민주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최대 리스크가 바로 이재명 당 대표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런저런 범죄 혐의로 피의자가 되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당 대표와 국회의원이라는 방탄을 이용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고, 그로 인해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이 그런 민주당을 압도하지 못하고 엇비슷하거나 되레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당은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부터 반성하고 쇄신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우선 여당의 존재감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되. 그걸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집권당답게 국가 차원의 대형 어젠다를 제시하고 이슈를 선점해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지금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으로 서민들은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어젠다의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권당은 온갖 추악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민주당과 엇비슷한 수준의 지지율로 엎치락뒤치락한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집권당 지도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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