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 비판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6-30 11: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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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 파이터를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 벌어져”

[시민일보 = 이대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라면서 국내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서는 이제 흠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며 “결과적으로 파이터들이 서로의 존재 덕에 각광 받으며 정치를 하는 적대적 공생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과거 날치기는 큰 잘못으로 여겨졌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당사자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는 유죄 판결을 받고도 태연히 선거에 나오고 거짓이 탄로 나도 더욱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정당을 일극 체제로 바꾸고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라며 “이런 몰상식에 팬덤이 열광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싸움의 기술’ 전성시대는 ‘덕성(德性)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차 있다. 편가르기 언어는 너무나 보편화돼 상식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유권자는 선거에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가장 아프게 때려줄 정치인을 찾는다. 참모들이나 주변에서는 강성ㆍ사이다 발언을 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저도 흔들리지만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참모들이)일은 그만 챙기고 정치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라고 그 중요성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하여가 아니라 시민 일상의 행복에 도움되는 일에 매진하며 더욱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인구는 줄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고급 인재와 부유층은 조국을 떠나고 있다”며 “나라 전체가 엄혹한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우리는 과거 독재 시기를 겨울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래도 그때 우리는 함께 경제성장을 이뤘다. 지금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얼어붙은 절망의 겨울이 도래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저는 저의 길을 갈 것”이라며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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