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보다 깊은 ‘남국의 바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5-18 12: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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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조국의 강을 건넜더니 남국의 바다에 빠졌다’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터진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공정성 논란’에 버금가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면서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조국의 강을 건넜더니 ‘남국의 바다’에 다 빠져 죽게 생겼다”라고 한탄했다.


김종민 의원은 “(김남국 의원 문제가 조국 사태보다) 더 (당에) 안 좋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을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는 도망치듯 탈당하고 말았다. 당이 사실상 도망갈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준 셈이다.


그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지세가 강했던 2030세대에서도 가파르게 지지율이 빠졌다. 뒤늦게 여론에 등 떠밀려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하고 징계안을 냈으나 실제로 민주당이, 특히 이재명 대표가 그를 ‘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직을 박탈하려면 김 의원을 제명해야만 하는데 그러자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헌법 제64조 제3항). 제명처분에 대하여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헌법 제64조 제4항). 민주당이 당론으로 ‘제명’을 결정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김 의원의 금배지를 떼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민주당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민주당은 꼼수 탈당자들을 빼더라도 167석의 거대한 의석을 지닌 ‘공룡 야당’이다.


반면 김남국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정의당 의석은 모두 합해야 121석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 중 절반 가까이 동참해야만 ‘제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먼저라면서 김 의원 제소에 부정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뒤늦게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단순히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탓이지 정의감의 발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의 코인 의혹에 미온적 태도로 늑장 대응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윤리특위 제소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닌가.


그러면 윤리위 제소는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그것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김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이나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조차 않았다.


더구나 민주당이 윤리위에 징계안을 낸 것은 ‘지연전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국회 윤리특위에서 숙려 기간을 지나 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로 넘어가면 최장 80일까지 소요돼 징계 절차가 지연된다. 반면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 회부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김 의원 제명안을 올리면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 혈세가 김 의원에게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면 시간 끌기에 나섰다.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등에 대해 민주적 절차 과정 등을 생략하고 힘으로 밀어붙였던 민주당이 사악한 국회의원의 의원직 박탈에는 ‘절차’를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는 한마디로 김 의원을 징계할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이 별도로 징계안을 제출한 것 역시 ‘지연전술’이라는 의심을 받는 요인이다.


국민의힘은 애초 징계안을 내면서 민주당에 공동으로 징계안을 내자고 제안했었다. 공동징계안을 제출하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해 안건 상정에 필요한 숙려기간(20일)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특별히 다른 내용도 없는 징계안을 별도로 내고 말았다. 이로 인해 김 의원의 징계는 무려 20일이나 늦춰지게 됐고, 그동안 김 의원은 꼬박꼬박 세비를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니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 의원 제명을 반대하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조국의 강’보다 더 깊은 수렁인 ‘남국의 바다’에 빠져 몰살할 수도 있다.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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