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판단은 언론인과 달라야 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12 12: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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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시각과 평가는 언론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고, 달라야만 한다.


언론인은 원칙적인 입장만 전하면 된다.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원칙에 어긋날 때 비판하는 게 언론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은 다르다. 상대가 있기에 원칙만 고수할 수 없는 게 정치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때로는 소신을 접고 양보해야만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자기주장이 옳은 것만도 아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주말 측근들을 통해 그의 복권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김경수는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이 확정됐으나,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은 파렴치한 사람이다.


김동원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문재인 당선을 위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한, 허익범 특검의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유죄 판결이 이후 ‘진실은 법정 밖에 있다’라거나,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라는 등 온갖 기괴한 말들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왔다.


지난번 사면 때는 자필로 ‘가석방 불원서’라는 걸 쓰기도 했다.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다.


과연 이런 사람을 복권 시켜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언론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옳지 않다.


한동훈 당 대표 역시 그런 생각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그게 맞다.


하지만 정치가 어디 원칙대로만 움직이는 것인가.


사면과 복권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권한이다.


권력분립이 정착된 오늘날의 법치국가에서 재판은 사법부 고유의 권한이므로, 사법부 이외의 존재가 사법에 간섭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면 제도는 이러한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조윤선·안종범·원세훈 등 주요 여권 인사들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비록 김 전 지사의 죄질이 무거우나, 이미 실형을 살았고 정치인으로서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은 다소 가혹하다는 주변 인사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다면 그 판단도 존중해 줘야 한다. 그게 정치다.


다양한 의견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요체이다.


그런 면에서 여권은 민주주의가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동훈 측근이라는 사람들과 친윤을 표방한 사람들의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을 혹은 한동훈 대표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발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지나쳐 상대를 깎아내리고 조롱하듯 감정적 대응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잘못된 대응이 지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지지자들끼리도 편 가르기를 하고 험악한 말들이 오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마치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한동훈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이제는 묵은 감정을 내려놓고 곧 다가올 재·보궐선거와 나아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할 때다. 서로 조금의 다름을 인정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언론인은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지만, 정치인은 회색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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