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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회동 했다는 황당한 의혹을 제기했다.
물론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제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민주당이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가짜뉴스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청담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의겸 씨가 이 의혹을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제기했으나 가짜뉴스로 드러났고, 법원은 1심에서 김의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단지 엉처리 같은 ‘제보’를 이유로 이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린 전과가 있다. 그렇다면 자중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청담동 술자리’ 같은 터무니 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제보가 엉터리일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면책특권 뒤에 숨은 그들은 아무런 형사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김의겸 씨 같은 경우는 새만금개발청장이라는 큼직한 감투까지 썼다.
그러니 민주당 의원들은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되는 걸 꺼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그런 터무니 없는 짓이 진보진영에서 이재명 대통령보다 서열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유튜버들의 지지를 받는 기회로 여기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도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번 ‘조희대-한덕수 회동’ 음모론은 지난 5월 친여 유튜브 열린공감TV가 최초로 제기했다.
‘취재 첩보원’의 제보라며 음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음성 속 인물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 끝나고 조희대, 정상명(전 검찰총장), 김충식(김건희 여사 모친의 측근), 한덕수(전 국무총리) 4명이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내각제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몬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다만 이 유튜브는 “아직까지는 ‘주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도 유튜버 김어준 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다시 띄웠고, 그 이튿날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대정부 질문에서 또 제기한 것이다. 이후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등이 앞장서서 이 의혹을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했다.
실제로 정청래 대표는 17일 당 회의에서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조 대법원장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조 대법원장은 어떻게 하시겠느냐”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서영교 의원은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기 1년 전 이미 윤석열을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선에 못 가게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아주 신뢰할 만한 내용이고, 과거 보수 정권의 민정 라인이자 당시 여권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에게 받은 제보”라고 했다.
하지만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덕수 총리 측 관계자도 “만난 적이 없다”며 “개인적인 친분도 없다”고 일축했다. 비밀 회동 멤버로 언급된 정상명 전 검찰총장도 “대법원장은 고교 후배지만 모르는 사이”라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조금만 사실을 확인했더라면 가짜뉴스라는 걸 당장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것은 면책특권 뒤에 숨은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등의 회동설은 친여 성향 유튜버들이 주도한 뒤, 민주당이 아무런 팩트 체크도 없이 대정부 질문 등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퍼뜨린 셈이다. 이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확인도 안 된 ‘지라시(정보지)’ 수준의 제보를 퍼뜨리는 것에 대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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