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재명 부부 ‘방탄 정당’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05 12: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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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놓아 주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같이 당부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금 정치 퇴행과 극한 대립의 궁극적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다”라며 “민주당이 공당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우리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괴담 수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나 ‘독도 지우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모두 이재명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로부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으로 보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지금 민주당이 유포하는 의혹은 대부분 근거가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괴담으로 당내에서조차 자성론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괴담을 유포하면 할수록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고, 결국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태세다.


급기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부인인 김혜경 여사의 방탄 정당 노릇까지 자임하고 나섰다.


검찰이 이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이재명 대표 부인인 김혜경 여사를 소환 조사하자 민주당이 발끈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8~2019년 김씨가 도청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에게 샌드위치 등 개인 음식값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해 경기도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


구체적으로 김씨는 경기도청 직원들이 지사 공관 행사 등 명목으로 법인카드로 10~30인분씩 샌드위치를 구입한 뒤 이 대표 자택으로 수시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지사 공관의 오찬·만찬 등 각종 행사 때 필요한 음식 등 물품을 법인카드로 매입하면서 샌드위치와 과일을 종류별로 대량 매입해 이를 이 대표 자택으로 배달해 아침 식사로 먹었다는 의혹도 있다.


특히 김 씨는 제20대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던 2021년 8월 서울의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관계자 3명과 자기 수행원 등 총 6명의 식사비 10만4000원을 배씨로 하여금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혐의로도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정당 대표 및 후보자와 그 배우자 등이 금전이나 물품 등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지난 7월 25일 김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구형하면서 변론이 종결됐다. 당시 검찰은 "본건은 남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게 하려고 전·현직 의원들의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범행"이라며 "기부행위 금액의 다과와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진 배 모 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따라서 김혜경 씨에게도 유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수원지검이 오늘 오후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라며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당 차원에서 반발했다.


참 이상한 반응이다.


사실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민주당과는 무관한 일이다.


이재명 대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벌어진 일로 민주당이 전면에 나서서, 그것도 당 차원에서 방탄할 일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방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의 부인까지 방탄막을 치고 보호하고 있으니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위해 포획된 방탄 정당의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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