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장동 생태탕’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07 12: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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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특혜사업과 관련해 야당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공범이라는 지적을 받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지인과 나눈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 녹취 파일에는 김 씨가 2011년 대장동 개발사업에 불법 대출을 해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당시 대검 중수부 과장이었던 윤석열 후보가 사실상 무마했다고 밝히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다분히 냉소적이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드디어 나왔다. 생떼땅 시즌 2'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선을 사흘 앞둔 3월 6일 터뜨렸다. '거봐라.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다'"라며 "차라리 윤석열이 어둠의 성남시장이었다고 우겨라"라고 비아냥거렸다.


앞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장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근거 없는 ‘내곡동 생태탕’ 논란이 불거졌고, 이 네거티브에 집중하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그로 인해 완패하고 말았다. 당시 유일한 근거는 무려 16년 전에 생태탕 집 아들이 오세훈 시장을 봤다는 기적적인 기억 뿐이었다.


그러나 사실 오세훈 후보는 당시 어떤 공직에도 없었기 때문에 처가 땅 측량에 참여했든지 생태탕을 먹었든지 아무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더구나 당시 서울시장도 국회의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변호사로 권력을 남용해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더구나 장인이 1970년대 구한 땅이었던 만큼 오세훈 시장이 땅 투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문제에 집중했고, 서울시민은 그런 민주당 후보를 혹독하게 심판했다.


서민 교수는 이번에도 민주당이 믿을 수 없는 김만배 녹취록만을 근거로 ‘윤석열 게이트’로 몰아가는 게 ‘내곡동 생태탕’을 연상케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통상 선거에서 패색이 짙은 쪽은 막판 뒤집기를 위해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의 네거티브를 하게 된다. 그게 먹히면 성공하겠지만, 실패하면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게 네거티브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던진 ‘대장동 생태탕’은 오히려 ‘내곡동 생태탕’보다도 실패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우선 녹취록이 이루어진 시점이 의심스럽다.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만배 씨는 지난해 9월 15일 성남 판교 한 커피숍에서 기자 시절 동료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만나 대화했다.


그 무렵은 김만배가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언론 보도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이에 분노한 민심이 수사기관을 향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압박하던 시기였다. 특히 남욱 변호사가 미국으로 도피하던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만배는 어떻게든 자신을 향한 수사를 무마하고 야당으로부터 공범으로 지목받는 이재명 후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장동 사건이 터지기 이전의 녹취록이라면 몰라도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다분히 의도된, 즉 ‘각본’에 의한 대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수사망이 좁혀지고 구속위기에 처한 김만배가 이재명을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여권 성향의 뉴스타파 전문위원인 신학림 전 위원장을 이용했을 것이란 의미다.


더구나 몇 개월 전의 녹취를 대선 불과 3일을 앞두고 터뜨렸다는 것을 보면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녹취록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날 밤 김만배씨가 박영수 전 특검과 윤 후보의 친분을 이용해 대장동 사업 대출 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뉴스타파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 달라. 우리가 언론이다”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이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마치 무언가에 홀리듯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후보가 ‘내곡동 생태탕’에 집중하다가 완패했던 아픈 기억을 벌써 잊은 것인가.


장담하는데 선거는 네거티브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가 범죄혐의자의 녹취록에 홀려 ‘대장동 생태탕’을 재탕하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로 결판날 것 같다.


만일 윤석열 후보가 위기를 느꼈다면, 이판사판 심정으로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형수 쌍욕’ 녹취록을 틀고 다녔을 것이고 그로 인해 격차는 더욱 벌어졌을 것 아닌가. 그걸 안 하는 건 윤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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