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거버넌스] 서울시 청계천박물관 ‘서울 책방거리’ 기획전 개최

홍덕표 / hongdp@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1 17: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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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대학천·옛 책방거리의 추억··· 시대별 베스트셀러·금서등 한자리에
서점 대표등 인터뷰 통해 출판메카 성장과 쇠락과정 재조명
당시 헌 교과서·참고서·전집등 내년 3월12일까지 무료전시
개점~폐점 시간대별 '헌책방의 하루' 타임랩스 生生 영상도
▲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 '서울 책방거리' 포스터.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이 오는 2023년 3월12일까지 청계천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서울 책방거리' 기획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청계천기획연구 - 청계천·대학천 책방거리'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이에 따라 전시에서는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책방거리인 청계천·대학천의 형성과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기획전시는 ▲1부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 ▲2부 대학천 책방거리 ▲3부 청계천 책방거리 등 총 3부로 나눠져 진행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및 주말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단, 공휴일을 제외한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은 "1950년대 이후 형성된 청계천·대학천 책방거리는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시민들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있고 아련해진 추억이 배어 있는 곳으로 책방거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거래됐던 책과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가족들과 함께 찾아 오셔서 할아버지, 아버지가 다녔던 책방거리 모습을 살펴보며 잊혀졌던 꿈과 추억을 회상하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일보>에서는 이번 기획전시에 대해 살펴 봤다.


■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

서울 동쪽 동대문 일대는 미개발된 도심의 외곽지역으로, 6.25 전쟁 이후 도시빈민들이 유입돼 시장이 형성된 곳이다.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초기 책을 갖춰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 '서포'(書鋪)는 종로와 북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이는 당시 양반 중심의 문화가 남아 있어 종로와 북촌 중심으로 인문계열의 근대 교육시설들이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평화시장과 대학천상가 일대는 그 시기에도 미개발된 도심의 외곽지역이었다.

이 지역의 도시화는 1894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기지가 연지동 일대로 이전해 오고, 경신학교(1886), 정신여학교(1895)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인근 지역에 공업전습소(1907), 경성고등공업학교(1916), 경성제국대학(1924) 등 실업교육을 중심으로 학교들이 밀집되면서 공업촌, 문화촌, 학생촌으로 지정됐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이현(배오개)시장으로 시작해 대한제국기 광장시장(1907), 해방과 6.25전쟁 이후로도 계속해서 실향민과 도시 빈민들이 판잣집을 짓고 거주하면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많은 시장들이 형성됐다.

특히 이 지역의 시장은 지물, 인쇄, 염색 등 수공업 기술이 발달돼 있었다.

이 같은 '꼬방책방, '헌책방' 등의 상권은 학교 밀집지역으로의 소비 조건과 출판인쇄업이 발달된 시장의 생산조건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전의 1부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에서는 학교 밀집지역으로서의 소비조건과 출판인쇄업이 발달된 시장의 생산조건이 결합된 모습을 항공사진과 지적도 등을 통해 소개한다.

■ 대학천 책방거리

이어 2부 '대학천 책방거리'에서는 각 주제별로 서점 대표들의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출판의 성장(인큐베이터), 책의 중심지(메카)로서 전국적인 유통망, 가족사업과 분가, 책방거리의 다양한 모습을 당시 출판도서, 대량 유통됐던 베스트셀러들, 직접 사용했던 물건들, 현재 판매서적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대학천 책방거리는 전국에 지식을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출판 유통 중심지였다.

이 일대는 역사적으로 출판과 유통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6.25전쟁 이후 동대문 전차 종점부터 청계천변 일대에 있던 판자촌과 노점에서 헌책을 파는 고서점이 생기면서부터다.

청계천의 지류였던 대학천이 복개된 후 건립된 대학천상가는 초기에 헌책방과 신간 도매상이 공존했는데, 헌책방은 점차 평화시장으로 이주하고 신간 도매상들이 밀집하면서 국내 출판 유통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학천 서점 대부분은 초기부터 서점과 출판을 겸하면서 내용과 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책들을 싸게 팔아 불량서적의 온상, 덤핑시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판의 흐름과 밝은 서점 주인들은 서점을 중견 출판사로 성장시켜 국내 출판산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이어 1980년대 본격적인 단행본 시대로 접어들자 전국의 출판영업사원과 도매상들이 모여 대학천은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대학천 서점 주인들이 매절 경쟁을 벌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같이 대학천 책방거리는 음지와 양지를 오가며 국내 출판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전국으로 책을 유통시켜 지식의 토대를 다지는 공간이다.

■ 청계천 책방거리

헌책을 거래하는 '청계천 책방거리'는 지식을 물물교환하고 꿈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오물이 흐르고 하꼬방이 즐비하던 청계천변에서 사과 상자, 생선 궤짝, 미군 간이침대 등을 진열대 삼아 헌책을 팔던 노점상, 서점들이 청계천 책방거리로 알려진 평화시장에 자리 잡았다.

평화시장은 1961년 청계천을 복개한 자리에 완공됐는데, 인근에 버스 정류장이 생겨 접근성도 좋고 유동인구 또한 많아 헌책 소매에 유리했다.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고 값이 비싼 새책 보다 헌책 구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 평화시장에는 헌책방이 빠르게 늘어났다. 헌책방 고객 80%가 학생이었는데, 신학기가 되면 헌 교과서와 참고서를 구하러 온 전국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온갖 종류의 헌책이 모인 청계천에서 사람들은 선망하는 작가의 책을 통해 삶의 양분을 얻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 잡지를 보며 설레임을 느꼈으며, 압수당한 금서(禁書)를 구해 민주화의 열망을 지켜나갔다. 가끔은 서적 수집가들이 희귀 서적을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경제가 성장해 헌책 수급이 어려워지고, 교육 환경이 변화하면서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헌책을 찾아 헤메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한 줄기 희망 같은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3부 청계천 책방거리에서는 서점 주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각 시대별로 헌책방에서 많이 팔렸던 책들을 전시했다.

1950~1970년대 어렵고 힘든 시절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갖고 밤낮으로 구하러 왔던 헌 교과서와 참고서들, 1960~1970년대 전집의 유행에 따라 거실이나 사무실 장식을 위해 찾았던 헌 전집들, 1980~199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금서를 구해 보며 지식의 갈증을 채우고자 했던 모습 등 당시 시대별 변화에 따라 많이 팔렸던 책을 같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청계천 책방거리의 개점에서 폐점까지 시간대별 타임랩스 영상(영상 빨리 돌리기)을 통해 헌책방의 하루를 서점 주인들의 일상과 책을 찾는 손님 등 다양한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헌책방을 이용했던 명사로 유안진 시인은 대학생 시절 이곳에서 책을 통해 만난 종합적인 어떤 무엇이 인생의 '멘토' 역할을 했으며, 이정향 영화감독은 중학교 때 헌책방에서 주인 아저씨의 눈총을 받으며 하루종일 살펴봤던 <스크린>과 <로드쇼> 잡지들을 보면 지금도 긴장이 아닌 설렘으로 마음이 두근두근하다는 증언을 직접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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