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6명으로 이진숙 탄핵심판" 결정

전용혁 기자 / dra@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15 12: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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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거리던 민주당 재판관 후임 인선에 속도 낼 듯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6인 체제'에서도 가능하게 되는 등 이른바 '헌재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여야의 희비는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미소지었고, 더불어민주당은 울상이다.


국회 관계자는 15일 "헌법재판관 국회 추천 몫 3자리와 관련해 여야가 한 자리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자리는 여야 합의로 추천하게끔 돼 있는데, 이제껏 협의가 안 되고 있다며 속도를 내지 않던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전포인트"라고 했다.


앞서 헌재는 전날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이 위원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23조 1항은 '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는 헌법 심판의 정족수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오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 3명이 퇴임한 이후 '헌법재판관 6명 체제'가 되더라도, 나머지 재판관 만으로도 이 위원장 탄핵심판 절차를 비롯한 일정들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이 소장과 이영진ㆍ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후임자 선정 절차가 지연돼,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사건을 심리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리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의 경우 심리정족수 미달로 자신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헌재 심판이 2025년 봄도 넘어갈 것이란 말도 나왔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정족수를 규정한 23조 1항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헌재가 그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국회가 후임 재판관을 확정짓지 않아도 각종 헌법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남은 재판관 6명 전원이 동의한다면 법률의 위헌이나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헌재는 "3명 이상의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직해 재판관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도 헌재법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외의 사유로 재판 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핵 심판 사건 피청구인(이 위원장)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심판이 지연될 경우)이 위원장의 권한 행사 정지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방통위원장 업무 수행에도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다른 사건 당사자도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도 했다.


헌재는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헌재 마비 상태가 예견되도록 한 국회의 행태도 지적했다.


헌재는 "재판관 공석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 뿐만 아니라 헌법 재판의 객관적 성격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에 공석이 된 재판관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존재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음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8월31일 기준으로 헌재에 1215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고, 이 가운데 조력 존엄사 허용 여부와 5인 미만 사업장 대체공휴일 인정 여부 등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도 다수 포함돼 있어 각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은 후임자 인선을 미뤄 이 위원장 탄핵심판 일정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다른 현안 처리에 비해 느긋한 모습을 보였는데, 헌재의 이번 판단으로 후임자 인선을 미루면 오히려 이 위원장에게 유리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여야 입장이 갈리면 후임자 인선을 미루던 상황에서, 일방적 강행처리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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