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폭등이 부른 ‘K자 양극화’ 심각… 민생 물가 안정 각별히 챙겨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8-31 13: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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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최근 소득 하위계층의 식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국민 식생활의 ‘K자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비(식료품·비주류음료 및 외식비) 지출은 89만 1,417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계층별로 살펴보면 그 격차가 확연하다.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 가구의 식비는 65만 6,530원으로 6.9% 늘어 전체 소득 분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소득 최하위계층인 1분위 역시 47만 3,148원으로 6.1% 증가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계층인 5분위의 식비 지출은 137만 8,000원으로 증가율이 1.8%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필수 식재료와 저렴한 외식 메뉴의 가격 상승 폭이 전반적인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0%)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2분기 쌀 가격은 13.2% 올랐고, 감자(11.1%), 파(10.0%), 간장(9.3%), 달걀(9.0%) 등 밥상에 매일 오르는 필수 식재료가 급등했다. 특히 쌀은 네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 중이며, 달걀은 지난겨울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염과 고수온 등 이상기후로 인한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 Heat + Inflation)’이 겹치면서 수급 물가마저 요동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 기준 시금치 소매 가격은 100g당 2,216원으로 한 달 만에 64.39% 급등했고, 배추(34.05%)와 무(25.59%) 가격도 크게 뛰었다. 수산물 역시 어획 부진과 고수온 폐사 여파로 오징어가 15.4%, 양식 광어가 6.5% 상승했으며, 마른김 소매 가격은 10장당 2021년 899원에서 올해 1,422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삼각김밥(4.0%), 떡볶이(4.0%), 짜장면(3.9%), 해장국(3.8%)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물가도 줄줄이 인상되었다.

저소득층에 가혹한 물가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7~9월은 폭염, 폭우 등 계절적 요인과 추석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겹치며 식료품값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로벌 경제 여건도 물가에 비우호적이긴 마찬가지다. ‘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의장의 데뷔전으로 더 주목받은 지난 8월 28일(현지 시각) ‘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의 키워드도 물가였다. “인플레이션이 5년 넘게 연준(Fed)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라며 “물가 상승이 여전히 완고하고 끈적하다.”라는 걱정이 쏟아졌다.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부풀어 오르는 악순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무엇보다 식비 부담의 증가는 저소득층의 가계지출 구조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전체 가계지출 대비 식비 비중을 보면 1분위는 30.3%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고, 2분위는 27.2%로 1.0%포인트나 높아졌다. 반면 5분위의 식비 비중은 17.8%로 오히려 0.4%포인트 감소했다. 1분위와 5분위의 식비 비중 격차는 무려 12.5%포인트에 달한다. 저소득 1인 가구일수록 식료품이나 주거비 같은 필수재 중심의 소비 구조를 지니고 있어, 가격이 올라도 지출을 임의로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고물가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31개월 연속으로 줄폐업하고 있는 전국 분식점(올해 6월 기준 4만 7,863명)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종 농산물 가격 상승과 함께 올해 1만 320원, 내년 1만 700원으로 연속 인상되는 최저임금 등 인건비 부담이 겹친 결과다.

앞으로의 거시경제 및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폭염과 폭우 같은 계절적 요인에 명절 수요가 겹치며 8~9월 식료품 가격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수요 주도 물가 압력이 가계 소비 여력을 자극해 근원물가 상승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경제전망(2026년 8월)’에 실린 ‘수요 주도 물가 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수요 압력이 높을 때 국내총생산(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0.1~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GDP갭률은 실질GDP와 잠재GDP 간 격차를 잠재GDP로 나눈 백분율 값으로 향후 2% 중후반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상하고 향후 추가 인상(연 3.25~3.5%)까지 점쳐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은 식비 부담과 대출이자 증가라는 이중고(二重苦)를 동시에 떠안게 될 위험이 농후하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산업생산 비용을 높이고 중산층과 서민 가계를 압박해 내수 회복을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금리, 환율 등에 영향을 미쳐 산업생산 비용을 높이고 경제 전반의 안정과 활력을 저하한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따라서 더욱 철저한 경계와 촘촘한 대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식비 증가율 통계가 보여주듯 저소득층에 더 가혹하고, 이는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민·중산층 가계를 압박해 내수 회복을 지연시킨다. 분배에 중점을 둔 역대급 재정 확장이 자칫 저소득층의 물가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결단코 잊어선 안 된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명태, 오징어 등 비축 수산물 2만 톤을 시중가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시장에 방출하는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성 공급 확대를 넘어, 고물가 구조가 고착화(固着化)되는 현 상황에 맞춘 근본적인 사회 안전망 재설계가 절실하다. 분배에 중점을 둔 역대급 재정 확장이 오히려 저소득층의 물가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 물가에 연동되는 복지 급여 시스템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 전체 소비자물가 단순 상승률을 일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이 실제 소비 시장에서 경험하는 식료품 및 필수재 위주의 ‘실질 체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급여를 조정하는 세밀한 맞춤형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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