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빙자한 ‘여론조작’ 막아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17 13: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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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최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다.


사실이라면 명태균은 민주질서를 파괴한 자로 징역형 이상의 엄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자들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이미 여론조사기관들은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앞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에게 40% 초·중반 지지율로 박빙 열세일 것이란 예측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실제로 편파방송을 일삼다가 TBS에서 쫓겨난 유튜버 김어준 씨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기관 ‘꽃’은 부산 금정 구청장 선거를 앞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금정구 거주 만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김경지 후보 지지율이 40.9%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37.7%)에 앞섰다고 발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16일 마무리된 선관위 개표 결과 윤일현 금정구청장 당선인이 득표율 61.03%로 김경지 민주당 후보(38.96%)에게 무려 22%p 이상 큰 격차로 압승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도 안 돼 그 여론조사가 엉터리였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주체가 아닌) 관중석의 관중으로 만들어온 것이 여론조사 장난질"이라고 질책한 것은 이런 연유다.


한 대표는 "이런 행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자"라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박정훈 의원 등을 통해 이른바 ‘명태균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명태균 방지법' 설명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은 처벌받은 분들이 1년 뒤에 다시 비슷한 법인을 만들거나, 비슷한 업체를 통해 여론조작에 가담하는 현실을 끊어내는 것"이라며 "여론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7년 도입된 '선거 관련 여론조사기관 등록취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명씨 와 같은 정치 브로커 활동이 계속돼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범죄' 적발 시 여론조사기관 등록을 취소하고 재등록을 1년간 제한하는데, 실제 등록 취소된 기관은 1곳뿐이고 그나마 폐업 후 신설 법인으로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는 것.


명태균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지만, 신설 법인을 세워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계속해 왔다.


이래선 안 된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 혐의가 드러난 자에 대해선 두 번 다시 그런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과 다른 결과를 낸 여론조사 기관들에 대해선 그 이유를 파악하고 거기에 조금이라도 조작의 흔적이 있으면, 검찰 수사를 통해 엄히 그 죄를 물어야 한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제도가 옳은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단지 ‘참고’ 자료일 뿐이어야 한다. 그 결과가 ‘직접 반영’되는 경선은 ‘여론조작’ 유혹에 빠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브로커들에게 흔들리는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한 여론조사 기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관계 법령을 보완하는 동시에 당내 경선제도를 손질해야만 한다. 구태정치를 쇄신하고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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