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이준석을 향한 告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07 13: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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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관심병은 사람들의 관심을 과도하게 끄는 병폐'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런 행태가 심한 사람을 가리켜 관심 병자 내지는 관심종자, 줄여서 ‘관종’이라고도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 같다.


실제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친한동훈계' 인사들로 지도부를 구성한 것을 두고 이준석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부러워서 한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가 몰매를 맞는 모양새다.


‘본전도 못 찾는다’라는 속담처럼, 결과가 좋기는커녕 오히려 말하지 아니한 것만도 못하게 됐다.


심지어 '천아용인'으로 불리는 등 한때 이준석 의원 측근이었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7일 "선수끼리 왜 이러시냐"라며 적당히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의원은 전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친윤' 색채를 덜어내고 친정 체제를 구축한 한동훈 대표에 대해 "최고위에서 우리 편을 긁어모아서 '내가 쫓겨나지는 않을 거야'(라고 하는) 이게 완전 방탄프레임을 짜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부러운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김용태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 "굳이 방탄 프레임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일축하면서 "당 대표가 안정적인 당의 운영을 하는데 의결 정족수, 의사 정족수를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맞다. 당 대표가 자신이 계획하는 변화를 추진하려면 의결 정족수가 필요하다. 그것은 집권 여당의 최소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사실 한동훈 친정 체제를 이재명 일극 체제와 같이 보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다. 이재명 일극 체제는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가 만연했듯 친명독재 체제지만 한동훈 친정 체제는 집권 여당의 최소한 안전장치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준석 의원이 이런 것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無知)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준석 의원은 왜 한동훈 체제를 이재명의 일극 체제와 비교하며 그를 비아냥거린 것일까?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이 한동훈을 부러워한다"라면서 "본인은 성공하지 못한 당 리더십을 한동훈이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게, 못내 부럽고 짜증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한동훈 대표가 부러워서 짜증을 낸다는 것이다.


김용태 의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이 의원이 분명히 부러운 점이 있을 것이지만 SNS를 통해 서로 망신을 주고 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며 "선수들끼리, 아시는 분들끼리 왜 그러시냐"라고 질책했다.


즉 한동훈 대표에 대한 시샘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었지만 미숙한 리더십과 정치적 내공의 부족 등으로 사실상 쫓겨났다. 당 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후보에게 당원 표심에 뒤졌지만, 여론조사 때문에 가까스로 승리한 이준석은 당을 장악할 힘이 없었기에 쫓아내도 당내에서 그를 방어할 우호적인 세력이 없었다.


반면 한동훈 대표는 여론조사는 물론 당원들로부터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당내에서 그를 쫓아낼 힘을 지닌 세력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동훈 대표가 부럽고 시샘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준석도 국회의원이다.


마냥 철부지 청년 예비 정치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의원이 되기 전에는 정치 평론가로서 얼마든지 사람을 평가하고 깎아내릴 수 있지만, 하지만 이제는 정치적으로 성숙할 필요가 있다.


정치 평론은 국회의원의 역할이 아니다. 의원이라면 정책을 제시하고 입법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원외의 한계를 지닌 한동훈 대표보다 돋보일 수도 있다. 경쟁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처럼 이준석 자신을 드러내고 박수를 받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이제는 관종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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