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민주당 겁박에 굴하지 말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22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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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백현동 개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 특경법상 배임과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심사를 받았다.


당시 이 대표는 유창훈 판사에게 “수사받고 있는 사건에 대해 형(刑)이 모두 선고되면 한 50년은 받을 것이다. 판사님의 결정이 저의 운명을 정한다”라며 “딱 하나만 부탁하는데, 방어만 할 수 있게 해달라. 제가 조그만 방에 혼자 있으면서 검사 수십 명이 덤비는데 어떻게 방어를 하겠나”라고 목멘 소리로 읍소했다고 한다. 자신의 혐의가 50년의 선고를 받을 만큼 중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당시 그는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숨죽이며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무사 귀환했다.


유창훈 판사가 위증교사의 혐의에 대해선 소명됐다고 판단하면서도 ‘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그를 풀어주는 결정을 내린 탓이다. 사실상 판사가 재판에서 정치적 판단을 한 셈이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3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이 민주당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178석의 거대한 의석을 지닌 정당이 사법부를 우습게 여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김민석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은 최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와 관련해 “유죄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보고 있다”라고 단언했다. 입법부 일원이 마치 자신이 판사라도 되는 양 사법부의 판단을 미리 재단하고 나선 것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선거법 1심 선고 관련 전망으로 '검찰은 없는 죄를 만들 수 있어도 재판부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이라고 이상한 전제를 한 후 "그러면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국민적 저항을 받을 거라는 걸 재판부도 너무나 잘 알 것"이라고 사법부를 겁박하기도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는) 야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굉장히 기세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증거 없이 '함부로' (판결)했을 때는 굉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마디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사법 방해행위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법원에 있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사법적 판단을 내려야 할 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내린 탓이다.


그래선 안 된다.


사법부는 여야 불문하고 부당한 압박에 흔들림 없이 신속하게 판결해 스스로 권위를 지킬 필요가 있다. 3권분립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이 대표는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총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그중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1심은 10월 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위반은 이 대표가 제20대 대선후보일 때 대장동-화천대유 개발특혜 관련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라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위증교사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검사사칭 유죄는 누명을 썼다'라는 발언으로 받은 선거법 재판 기간,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 'KBS와 검찰에서 덮어씌운 것으로 기억한다'라는 취지의 거짓 증언을 요구했단 의혹이다. 이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선거법 위반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 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러면 굳이 대장동과 백현동 개발 의혹은 물론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등의 사건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그날로 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 혐의자를 옹호하는 민주당 최고위원들의 겁박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사법부는 입법부의 하위 기관이 아니다. 여든 야든 사법부가 그들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 재판은 정치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니다. 오직 법리적으로만 판단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삼권이 분립 된 민주국가이자 법치 국가라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오는 10월 잃어버린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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