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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의도 대통령은 명실상부 정청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전날 정청래의 뜻에 따라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배치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취임 100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실제로 지금 돌아가는 여권의 상황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 대표를 제어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합리적 토론'을 강조했으나, 민주당은 신속히 결론을 내리며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당내 친명 좌장 격으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법무부 내 중수청 설치 방안은 민형배 의원 등 강경파의 비판을 받았고, 결국 그는 당의 입법 주도권을 존중한다며 정청래 앞에서 한발 물러서야만 했다.
어디 이것뿐인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문제도 그렇다.
대통령실은 정치인을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지만, 정청래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되레 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정청래의 뜻에 따라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배치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실 이런 정부조직 개편안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다.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은 그래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독단적으로 졸속 강행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인 검찰청을 국회 의석수로, 하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에서) 완전히 ‘아작을 내겠다’는 강경파가 득세한 것”이라면서 "조직개편이 애들 장난 수준의 복수혈전이 돼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런 정청래의 막가파식 질주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1차 수사 기능을 모두 행안부에 몰아놓은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15만 경찰도 행안부, 국가수사본부도 행안부,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도 행안부 소속으로 행안부가 모든 수사기관을 지휘 하는 사령탑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으로 탄생하는 것은 국민을 지켜줄 사법 정의가 아니라, 권력을 지키는 수사권 독점 권력 괴물의 탄생”이라고 비판한 것은 그런 연유다.
이런 정부 조직개편안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러면 국민은 누구를 비난할까?
정청래 대표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원망의 소리를 다 듣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정청래 대표가 주도한 정부조직개편안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물론 이 대통령도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를 제어하지 못했다. 이미 조기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정청래의 발언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미 그는 당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정청래 대표는 당을 더욱 강하게 장악해 가는 모양새다.
정 대표가 이날 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의 대법관 증원 폭 조정안 유출 사건에 대해 사무총장과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한 것도 당을 장악해 가는 포석이다.
자신의 목소리 이외에는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 여의도 대통령은 이재명이었다. 그때는 여의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까?
그때와는 다를까?
여의도 권력과 용산 권력이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권력의 속성이라는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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