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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는 건 쉽다. 굳이 정치평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건 더 쉽다. 중고등학생 정도의 지적 수준이면 그런 정도의 말은 어렵지 않다.
정치인이라면 비판을 넘어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못하면 자격이 없다. 그런데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자격 없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특히 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실제로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을 지낸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9일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역설적으로 탄핵에 의한 직무 정지”라고 주장했다.
맞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말은 정치평론가들이나 하는 것이지 여당에 몸을 담고 있는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이 치러질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응답자들의 52.4%가 이재명 대표를 선택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 9.8%, 오세훈 서울시장 6.7%,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5%, 홍준표 대구시장 4.9%, 김동연 경기지사 3.9%, 김경수 전 경남지사 3.1% 순으로 기록했다. ‘기타 인물’은 6.1%, ‘없음’ 5.5%, ‘잘 모름’ 2.2%였다.(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응답률은 9.9%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곧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대표는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1심에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이 형이 확정되면 대선에 나오지도 못한다. 그 외에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2심이 진행 중이고, 대북송금 의혹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범죄혐의자다. 더구나 지난 총선 당시 공천과정에서 나타났듯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처단한 사람이다. 자신의 죄를 없애기 위해선 법도 마음대로 뜯어고치려는 사람이다. 그런 자가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가 어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꽃길’을 깔아주자는 게 말이나 되는가.
저런 사람이 여당의 비전전략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었다는 사실이 한심할 따름이다.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배제하고 국무총리와 협의해 국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당내 비판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당과 정부에 일임한다고 했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그걸 추진하겠다는데 왜 비판하는가.
물론 당내 논의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일단 그런 방침을 한덕수 총리와 공동선언한 이후에 논의하면 될 일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을 배제하고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가 협의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더욱 한심하다.
민주당은 그때그때 말이 바뀌는 사람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탄핵 되기도 전에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총리에게 전권을 맡겨라'고 아우성쳤던 사람들이 누구인가. 지금은 고상한 척 ‘총리에게 전건을 맡기는 건 위헌’이라고 말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은 한시바삐 국정에서 손을 떼고 내려와야 할 것”이라며 “헌정이 마비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의 뜻을 거역한다면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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