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제3지대론’은 허점투성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5 13:52:2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지금의 제3지대론은 여당에 대단한 악재다.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수도권 선거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불안감에 고언을 하기도 한다는 신평 변호사는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창당 선언이 우후죽순처럼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신 변호사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윤 대통령은 신 변호사의 출판 기념회를 찾아 축사하는 등 가까운 관계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신 변호사가 저에게 날 선 비판을 해주실 때 제 처가 꼭 읽어보라고 그 글을 보내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에게 ' 멘토'라는 수식어가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따라서 ‘제3지대론’을 바라보는 그의 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바탕에 갈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은 오는 9월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오는 26일 신당 창당 발대식을 열기로 했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류호정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민주당 비례용 위성 정당에 합류했던 시대전환 대표 조정훈 의원은 이미 독자적인 제3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민주당과 유승민-이준석 일파의 이탈에 따른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여러 개의 신당이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거대 양당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증가하면서 제3지대 신당이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아성을 넘어 독자적으로 성채를 세울 만한 사람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창당 자금이나 조직력, 특히 대권 주자가 될만한 대중적 지지도가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 신당 창당 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치고 거기에 대중적인 정치인이 합류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여러 곳에서 논의되거나 추진하는 신당 세력들이 공통점을 찾아 뭉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그는 이날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이를 4당, 5당, 6당, 7당 이렇게 생긴다고 보는 거는 지금 있는 현상만 보는 것"이라며 "에너지라는 거는 합쳐진다"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신당이 창당되면 집권당과 제1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타격을 입게 될까?

 

신평 변호사는 민주당이 아닌 여당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그것도 대단한 악재로 국민의힘이 수도권 선거에서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제3지대론을 이끌어 갈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안철수 의원, 조정훈 의원, 양향자 의원을 꼽았다.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선 “인품은 훌륭하나 새로운 정당을 구축하고 유지해나가는 데 필요한 투지나 근성이 모자라지 않을까”라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키 플레어 세 명 중 두 명만 힘을 규합해도 국민의힘 영역을 크게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신평 변호사의 예측이다.


그러면 내년 총선에서 힘 있는 ‘제3지대’가 출현하고 집권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신평 변호사도 “국힘당은 여당으로서 인재영입의 점에서 절대우위를 가진다. 국힘당이 지금보다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더 넓혀 중도층의 신망까지 얻을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며 “국힘당의 이런저런 노력으로 제3지대는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제3지대 대세론은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제3지대를 향하여 작동하는 원심력을 가능한 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신 변호사의 지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깔아뭉개려는 유승민 이준석 김웅 의원 등은 불가피하게 내치더라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잠시 갈등을 빚은 안철수 의원만큼은 끌어안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필자가 이처럼 장황하게 신 변호사의 글을 옮긴 것은 그의 견해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