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안 맞는 안철수…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7-30 13: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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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2·3 내란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의원 한 사람만 유일하게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당시 민주당과는 다른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런 안철수 의원이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의 특검이 ‘정당해산위원회’가 되어 '망나니 칼춤'을 추며 우리 당에 '내란'이라는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다"라며 "특검의 무차별적 정치탄압으로부터 앞장서 당을 지키겠다"라고 했다.


그는 전날 특검이 자신에게 출석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민의힘을 해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정권의 폭주에 맞서겠다”라고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세상에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인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민주당 특검법에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이제는 특검을 ‘망나니 칼춤’에 비유하면서 특검의 정치탄압으로부터 앞장서 지키겠다고 떠벌리고 있으니 과연 특검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오죽하면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이 "정작 위헌 요소로 가득한 특검법에 홀로 찬성표를 던지고, 이후에는 동지들을 '인적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절벽 끝에 몰아넣은 사람이 바로 안철수 후보"라며 “동지들이 정치 수사의 큰 칼에 쓰러질 땐 미소를 머금고 방관하더니, 정작 본인에게는 커터칼 수준도 안 되는 참고인 협조 요청이 오자 '무분별한 정치 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라고 꼬집었겠는가.


정말 권 의원의 지적처럼 특검의 본질이 정치 보복임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나는 빼고' 식으로 당과 동지들을 희생시켰다면 비열함이다.


대체, 안 의원은 왜 이처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2 전당대회 레이스가 30일부터 막이 오름에 따라 본선 진출권인 ‘4강 티켓’을 향한 7명의 당권 주자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전당대회 후보등록 접수를 한다. 현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주진우 의원, 양향자·장성민 전 의원 등 7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다음 달 5~6일 예정된 예비경선에서 이들 중 단 4명만 본경선에 진출하게 된다.


예비경선은 국민의힘 당원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되며.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대상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 지지층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도록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당원들의 마음을 얻거나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예선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4강 티켓’을 손에 쥐기 어려운 상황이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27~28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34.9%가 김문수 전 후보라고 응답했다.


이어 장동혁 의원(19.8%), 조경태 의원(11.0%), 주진우 의원(8.8%), 안철수 의원(8.0%) 등이 뒤를 이었다. 양향자 전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은 각각 2.8%, 1.7%를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유보층은 11.0%였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고작 1~2%대를 기록한 양향자와 장성민을 제외하고는 안 의원 지지율이 가장 낮다.


3명이 예선에서 탈락하게 되는 데 안 의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설사 오차범위 안팎에선 경쟁하는 조경태와 주진우 중 어느 한 사람을 가까스로 꺾는다고 해도 2명이 맞붙는 최종 결선 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김문수-장동혁 ‘양강구도’가 형성된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판세를 뒤집기 위해 자신이 특검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는 전혀 다른 말들을 쏟아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 검은 속을 다 보여주고 말았다. 당심이 옮겨갈 가능성도 없고 되레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뿐이다. 잘난 척하고 나 홀로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후과(後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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