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부를 겁박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28 14: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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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제가 변호사로서 법률가로서 봤을 때 이재명 대표는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무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최악의 경우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의 당 대표이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인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을까?”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자 당내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의 발언이다.


섬뜩하다. 이건 사법부를 향한 노골적인 겁박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등 7개 사건에 대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이르면 오는 10월에 공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혐의에 대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차기 대선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위증교사 의혹 사건도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명 ‘10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시점에 입법부 일원인 친명계 좌장이 이런 말을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건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 국회의원이 사법부를 향해 마치 ‘변호사’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처럼 사실상 ‘무죄’ 지침을 하달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재명 대표가 제1야당의 당 대표이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이기 때문에 법원이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한 점이다.


이는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사법부를 향해 정치적 판단을 하라고 압박한 것 아닌가.


어떻게 법률 전문가가 사법부에 그런 비상식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가.


판사는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해야 하는 막중한 사법의 책무가 있다.


‘제1야당 대표’라거나 ‘대선 후보’라는 정치적인 위상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게 법치 국가다. 같은 범죄에 대해 일반 국민은 엄하게 처벌하고 야당 대표는 가볍게 처벌한다면 그게 무슨 정의로운 사법부인가.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이 사법부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대놓고 이런 말을 하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사태를 초래한 일차적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불과 몇 년 전 법원은 전직 대통령 두 명을 위시한 고위 공직자들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무더기로 구속했다. 당시 영장 담당 판사들은 무죄 추정원칙이나 불구속 재판 원칙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랬던 법원이 특대형 비리 혐의에 휘말려 자신의 입으로 ‘50년 형’을 운운하는 야당 대표에 대해선 영장 담당 판사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풀어주었다. 피의자가 경기도지사 당시 위증을 교사한 혐의는 이미 소명됐다면서도 야당 대표 신분이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판사의 결정문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사법의 원칙과 기준이 정세에 따라, 혹은 판사의 성향에 따라 표변하면 누가 법원을 신뢰하겠는가. 이미 사법부의 권위는 무너져내린 상태다.


민주당 의원들이 사법부를 우습게 여기고 ‘무죄’라는 사실상의 지침을 하달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을 내리지는 못할 거라고 겁박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그래서다.


이래선 안 된다. 추락한 사법부의 권위는 사법부 스스로 세워야 한다.


오는 10월 범죄 혐의자 이재명에 대한 엄중한 판결로 그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이재명은 ‘야당 대표’로, 혹은 ‘대선 후보’라는 자격으로 재판정에 선 것이 아니라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판사는 오직 주장과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법리에 따라 판결하면 그만이다. 판사가 법리에 따라 판결선고 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국민은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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