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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그 틈새를 더욱 벌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이 최근 부쩍 ‘한동훈 흔들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래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한동훈 대표를 향해 "독자 생존을 할지 결단할 때가 왔다"라며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공존, 공생하는 길이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한 대표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며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입장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되면 한 대표의 쓸모도 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처럼 한동훈 대표를 흔들어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반대 속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표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이뤄진 첫 특검법 재표결에선 1표, 두 번째 특검법 재표결에선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왔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이탈표로는 특검법안이 통과될 수 없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가결되려면 재석 인원 중 3분의 2 이상(전체 300명 기준 200명 이상)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인 점을 고려하면 가결을 위해선 여당 내 이탈표가 최소한 8표 이상은 나와주어야 한다. 민주당이 한동훈 대표를 흔들어대는 건 그 8표를 모으기 위해서다.
민주당이 애초 11월 28일 본회에서 재표결하려던 방침을 바꿔 12월 2·10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을 상정,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역시 그런 노림수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그런 노림수가 있음을 인정했다.
실제로 그는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을 애초 예고한 28일에서 다음달 10일로 늦춘 것과 관련해 여당 내 “조직적 이탈 가능성이 있다”라고 기대했다.
즉 한동훈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서 재표결 대 친한계의 조직적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의 그런 전략에 말려들거나 친한계 일부가 민주당에 동조해 만에 하나라도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그건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득을 보는 건 한 대표나 친한계가 아니라 민주당이고 이재명 대표인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김건희 특검법 통과는 한동훈 대표가 ‘김무성 시즌 2’나 ‘유승민 시즌 2’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동훈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을 감수하고 특검법 가결에 동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행인 것은 한동훈 대표가 그런 민주당의 전략을 간파하고 거기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재표결이 28일에서 다음 달 10일로 미뤄진 배경에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린 민주당의 전략이 깔려있다는 지적에 “민주당 사정 때문에 국민의힘 정치가 좌지우지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더 선명하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8일로 예상됐던 특검법 재표결이 내달 10일로 미뤄지는 상황 변화가 있는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한 (저와) 대화를 나누는 의원들은 (특검법 반대) 단일대오에 지금 전혀 흔들림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한동훈 대표가 ‘김무성 2’나 ‘유승민 2’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주당도 여당의 분열을 조장하고 거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야당의 이간책에 넘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배신자’ 김무성과 유승민의 비참한 정치 말로를 지켜본 한동훈 대표가 그걸 답습할 리 만무하다. 비록 안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밖에서 싸움을 걸어오면 손을 잡고 합심해 적을 물리치는 게 당원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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