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왜 상품권을 고집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08 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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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일명 '25만 원 지원법'을 강행할 태세다.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을 지급하려면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여기에 최대 35만 원까지 받는 국민까지 더하면 최소한 20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만큼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조 8000억 원이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다면 적자는 87조 원으로 늘어난다. 가뜩이나 대규모 세입 감소로 이미 재정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20조 원의 추가 재정지출은 적자 규모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미래세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경제 부양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일시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경제를 파편화시키기 때문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말이다.


백번을 양보해 민주당의 주장대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 원을 지급하더라도 왜 하필이면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식사, 쇼핑, 서비스 등에 사용된다.


그런데 전 국민에게 지역사람상품권을 나눠주려면 상품권 발행비용만 약 7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상품권을 관리 운영하는 회사에 수수료를 내야야 한다.


2017년부터 도입된 지역사랑상품권(당시 고향사랑상품권)은 현재 전국 23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용 중인데, 운영 수수료는 시군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약 1.1%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면 운영회사는 그 1.1%인 2200억 원이 운영 수수료를 가만히 앉아서 챙기는 셈이다.


곧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면 들어가지 않아도 될 2900억 원의 예산이 더 쓰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품권이 현금보다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명절 때면 15%까지 할인되는 상품권 때문에 그 지역에 직접 가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국이 똑같은 상황이라면 그런 특정 지역의 소비 진작 효과는 없어진다.


특정 지역에 비해 다른 지역이 구조적으로 굉장히 심각하게 낙후됐거나 특별한 배려가 필요할 때는 상품권이 의미가 있지만,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지급할 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상품권 부정유통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전국 19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단속한 결과 총 141건의 부정유통 행위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소위 '깡'으로 불리는 부정수취와 불법 환전도 56건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낙전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경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2019년 도입한 '경기도 지역 화폐'의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가 지역 화폐 이용자들이 충전한 돈을 빼돌려 채권 등에 투자해 26억 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현금 지원이 아니라 굳이 상품권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영준 푸른한국닷컴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 시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재미를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최보식의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역사랑상품권 운용 대행은 진보좌파 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이 국민에게 도움도 안 되는 25만 원 지원법을 집요하게 관철하려고 하는 것. 뒤에 경기동부연합세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행사들의 오너는 벤처기업가로 대체로 민주당과 연계되거나 이념적으로는 진보좌파 성향이 강하다”라고도 했다.


물론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않고서야 굳이 아무 효과도 없는,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예산은 2900억 원가량이나 더 들어가는 상품권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에 대해 민주당과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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