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두 국가론’ 임종석은 답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23 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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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북한이 다음 달 초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씨가 사실상 그에 동조하는 ‘남북 두 국가론’을 제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당에선 당장 '종북을 넘어 충북(忠北)'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자신의 SNS에 "'두 개의 국가'를 받아들이자는 그들의 주장은,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복명복창하는 꼴"이라며 "통일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라는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내면서 평화적으로 이뤄가야 할 운명과도 같은 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오 시장은 임 씨를 겨냥해 "종북인줄 알았더니 충북인가"라고 쏘아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저 주장대로면 북한 정권이 갑자기 무너지면 러시아나 중국이 동북공정 식으로 (북한을) 차지하려 해도,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원오브뎀(One of them, 여럿 중 하나)'일 뿐이니 구경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동북공정'도 아니고 '종북공정'하자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장동혁 최고위원 역시 "비판할 가치도 없다. 국민 염장을 그만 지르고 북한 가서 살라"고 일갈했다.


앞서 임 씨는 지난 19일 9·19 남북 공동선언 6주년 기조연설에서 "통일하지 맙시다'라고 도발적인 발언을 통해 남북이 개별 국가로 공존하자는 두 국가론을 제의했다.


그는 당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들에게 맡기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했다.


참 기괴하다.


평생을 통일과 민족 해방을 외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통일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만일, 임 씨의 주장대로 ‘남북 두 국가’ 체제가 된다면 북한이 무너질 때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 지역을 차지해도 우리는 아무런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임 씨가 바라는 게 그런 것인가.


과연 국민도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을까?


요즘 젊은 세대들이 통일 비용부담 등의 경제적 이유 등으로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관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들도 그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물론 통일만 되면 대박이 굴러올 것이라는 이른바 ‘통일 대박론’이나 우리의 소원은 꿈에도 통일이라는 식의 감상주의 통일론 역시 경계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 씨처럼 통일의 의지를 버리고 포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우리 영토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는가. 우리의 헌법, 우리의 영토를 지켜야 하는 건 구호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통일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당연한 목표이고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그런데도 임 씨가 느닷없이 ‘남북 두 국가론’을 제기한 이유가 무엇일까?


남북 양쪽에 흩어진 혈육과 인연들을 같은 민족이 아닌 외국인 관계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김정은이 두 개의 조선을 선언하자마자 친북 인사로 꼽히는 임 씨가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실이 과연 우연일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김정은이 다음 달 초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려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남한에서도 호응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 시점에 ‘김정은 표’ 두 국가론에 맞장구를 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말 그런 의도가 있다면 이건 이적행위다. 임 씨는 이런 국민적 의구심에 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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