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6공화국’ 졸속 헌법 탓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1-15 14: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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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15일 체포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와 경호처의 충돌로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 “불법적 영장이지만 응할 수밖에 없다”라며 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했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비상계엄 43일 만이다. 이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런데 왜 그가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야 한다.


이건 순전히 낡은 87년 체제인 6공화국의 엉터리 같은 헌법 때문이다.


지금의 헌법은 급하게 만들어졌다. 6월항쟁에 굴복한 6·29선언 한 달 만인 7월 31일 헌법 초안을 위한 8인 정치회담 첫 회의가 열렸고, 다시 한 달 만인 8월 31일 합의안이 나왔다. 고작 두 달 만에 얼렁뚱땅 만들어진 헌법이 바로 지금의 6공화국 헌법이다. 국회 의결(10월 12일)과 국민투표(10월 27일)를 거쳐 공포(10월 29일)까지 딱 4개월 걸렸다. 지금과 같은 졸속 헌법이 탄생한 것은 그래서다.


당시 개헌의 첫째 목적은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이 ‘제왕적 대통령’의 힘을 빼고 국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대통령을 견제토록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폐지되고 국회 국정감사가 부활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때만 해도 여의도 권력이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손아귀에 거머쥔 채 국가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입법부가 수적 우위를 무기로 독단적으로 나아가거나 횡포를 부릴 것에 대한 대비는 아예 헌법에 담겨 있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고작해야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거부권도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쳐야 한다. 거기서 통과되면 거부권은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만다. 통과되지 않으면 폐기돼야 마땅한데도 국회가 다시 또 발의하면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회에서 재표결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져도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런저런 특검법안을 이런 식으로 뺑뺑이 돌리는 데도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정부의 예산안 대신 민주당이 단독 예산안을 만드는 데도 대통령은 계엄발령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오직 대통령 견제에만 몰두한 6공화국의 엉터리 같은 헌법 탓이다.


6공화국 헌법은 국회 권력을 너무 키워 놓았다.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을 탄핵으로 길들일 수 있고, 사법부 역시 판사 탄핵 등을 우려해 입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금 내란죄에 대해 수사권조차 없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한 것 역시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과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이재명 대표에게 사실상 충성 맹세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시스템이라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극약처방과 같은 비상계엄을 발령한 것은 그래서다.


계엄이 비록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고는 하나 6공화국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리이다.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횡포를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윤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다. 그런 결정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건 옳지 않다.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도 잘못이지만,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국회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잘못이 더 크다.


공수처와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거듭 최대치를 경신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그런 까닭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드마이크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46.6%로 집계됐다.


정당지지도 국민의힘 45.7%, 민주당 39.8%로 나타났다. 여야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이 조사의 전체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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