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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20일 더불어민주당과 '협력적 경쟁 관계'를 내세우면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협조를 구했다. 한마디로 원내 12석인 자당(自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달라는 소리다.
현재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명이다. 혁신당은 현행 20명을 10명으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앞서 조국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 진보 진영 전체 대표 주자가 되고 정권교체 가능성을 더 높이려면 제3의 교섭단체가 필요하다"라며 "제3의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개혁 과제 실현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마치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구걸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혁신당이 이처럼 교섭단체 구성에 목을 매는 이유는 국회 내 각종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비교섭단체는 정보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고 상임위 간사와 정책연구위원도 두지 못한다.
그러나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국고보조금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특히 그 당의 대표인 조국 대표의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
조국 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애걸복걸하는 이유다.
사실 178석 의석을 거느린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면서도 "정치라는 게 현실이어서 제 개인적인 뜻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닌데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조국 대표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나타났듯 ‘이재명 일극 체제’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이 대표가 의견을 내면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런데 개인적인 뜻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거나 노력은 해보겠다는 건 사실 그럴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범진보 진영 결집을 위해 양당이 협력해야 하지만, 선거 등 주요 국면에선 '야권 대표성'을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월 16일 전남 곡성군수·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격돌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혁신당은 22대 총선에서 24.25%를 득표,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36.67%)와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6.69%)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나,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선 43.97%를 득표해 민주연합(39.88%)을 누르고 선두에 올라선 바 있다.
우상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금 민주당을 떠나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라며 당 차원의 방어책 마련을 주문한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자신감을 얻은 혁신당은 자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국 대표와 신장식 원내부대표가 나란히 해당 지역으로 내려가 월세살이하면서 표밭갈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일 민주당 전통 텃밭인 전남에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패배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곧바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호남 맹주 자리가 민주당에서 혁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사법리스크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그런 악재까지 더하면 ‘일극 체제’의 민주당도 흔들릴 것이고, 그것은 이재명 대표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런 마당에 이 대표가 굳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해 조국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줄 리 만무하다.
20일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오른 '국회 교섭단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촉구에 관한 청원'에는 약 6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전날 심사 요건을 충족해 국회 운영위원회로 회부 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 된다.
혁신당과 조국 대표는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꿈 깨라. 당내 경쟁자 목소리도 거부하는 이재명 대표가 하물며 당 밖의 경쟁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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