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혁신, ‘전략적 동맹’ 관계 깨지나...재보선 앞두고 갈등 폭발

전용혁 기자 / dra@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9-25 14: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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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사무총장 “민주당은 호남의 국힘” ...민주 “무례" 해임 촉구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10.1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신경전이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서로를 향한 비방을 넘어 사과ㆍ당직자 해임까지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총선 이후만 하더라도 '전략적 동맹'이던 양당이 군수 선거를 두고 맞서는 배경을 두고, 양당 대표의 대선 경쟁을 위한 '전초전'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5일 혁신당측에서 민주당을 "호남의 국힘(국민의힘)"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무례하고 거친 표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호남 재보선과 관련해 "유권자들이 기득권과 토호정당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 지역을 위한 선택을 할 기회"라며 혁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호남의 '국힘'에 줄 잘 서면 '공천=당선'(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후보와 공약=당선'(후보와 공약에 따라 당선)이라는 공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이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해 '기득권과 토호정당'이자 '호남의 국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 재보궐선거 총괄지원단장인 황명선 의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황 사무총장의 표현은 무례하고 거친 표현"이라며 "호남은 반세기에 걸쳐 탄압과 차별 속에서도 굳건히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민주당을 지켜주셨다. 이를 폄훼하고 호남을 모욕한 행위는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어제는 '지민비조'를 얘기하고, 민주당은 벗이라며 총선에 임하더니 오늘은 '호남 국힘'이라고 공격하는 혁신당의 모습에 차마 말문이 막힌다"며 "특히 황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민주당에 몸담았던 분이기에 더욱 놀라고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이어 "당직자의 표현에 잘못이 있었다면 혁신당이 입장을 표명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공당의 태도일 것"이라며 "혁신당의 공식 사과와 황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해임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도 "혁신당은 민주당을 우당(友黨)이라고 해 왔는데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우당이라는 말인가"라며 "대단히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혁신당에 황 사무총장의 해임을 요청한다"고 가세했다.


황 사무총장은 이에 다시 페이스북에 "직전 글에 일부 표현이 과한 점이 있었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썼고, 해당 표현을 '호남의 패권 정당, 기득권 정당'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양당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갈등을 봉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과 혁신당은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를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혁신당을 겨냥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며 해당 지적에 반발하는 혁신당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는 앞서 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8월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고인 물은 썩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혁신당이 지난 19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한 사과 요구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당 차원에서 (표결 불참을)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비교섭단체여서 국회가 언제 본회의를 열지 알기 어렵고 이에 맞춰 언제 지방 일정을 잡을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당시 혁신당은 재보선 선거 준비를 위해 호남 유세를 떠났다.


군수 선거를 두고 양당이 이처럼 거세게 맞붙는 배경으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당은 같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한 치의 양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당의 경우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다.


혁신당 내부에서는 '정의당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의당처럼 민주당에 협조만 하다가 '2중대'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내부에 흐른다고 한다. 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군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진보당 등이 얻었던 것보다 많은 투표율을 얻을 경우 이를 통해 지역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후 조 대표의 대권 플랜을 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이 대표 대선을 위해 호남 지지를 조금이라도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당이 의미 있는 투표율을 얻을 경우 호남에서의 주도권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를 앞두는 등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 같은 위기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 전남 영광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이동하면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재보선에서 지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역 의원 10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캠프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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