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직선거법이 정착하기 전에는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막걸리를 사 먹이거나 고무신을 돌려 표를 얻으려는 행위가 만연했었다.
선거 유세장 뒤편에서 벌어지던 막걸리 잔치는 흔한 정경이었다.
실제로 공짜라고 계속 퍼먹다 취해 길에 쓰러져 잠을 자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었고, 취객들끼리 싸움이 벌어져 그야말로 유세장 뒤편은 난장판이었다.
무작위로 나눠주는 고무신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유권자들은 아우성이었고, 동작이 빠른 사람은 두세 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매표 행위’다. 그런데 이런 추악한 매표 행위가 지금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다만 방식이 더욱 음흉하고 교묘해져 그때처럼 난장판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매표’ 단위가 올라 이제는 유권자 한 사람 당 100만 원을 줘야만 한다.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노골적으로 그런 선거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곡성과 영광에 지방정부 예산을 활용한 '주민기본소득'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유권자들에게 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시범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조국 대표는 ‘행복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유권자들에게 1인당 1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마디로 100만 원 혹은 120만 원에 유권자들의 한 표를 사겠다는 것 아닌가.
2024년, 대한민국 정당에서 이런 ‘고무신 선거’를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설마 민도(民度)가 높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그런 매표 행위에 넘어가겠느냐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총선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있는데 미용실 원장이 물었다.
“신문사 기자시니까 잘 아실 텐데, 우리가 언제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누가 왜 돈을 줘요?”
“민주당에서 1인당 25만 원씩 준다고 했잖아요? 우리가 4인 가족이니까 100만 원을 받는 데 몰랐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전부 민주당을 찍었는데…”
그러니까 이재명 대표가 총선 당시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을 살포하는 공약을 내세운 것을 믿고 돈을 받을 욕심에 민주당 후보들을 찍었다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번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들은 본인의 의지 여부와 관계없이 현대판 ‘고무신 선거’를 치른 셈이고, 그 대가로 금배지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매표 행위에 한번 맛을 들인 민주당은 물론 그걸 지켜본 혁신당까지 가세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고무신 선거’를 자행하고 있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민주당과 혁신당이 호남에서 하는 선거는 선거로 보기 어렵다"라며 "선거를 경매 판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겠는가.
민주당은 그 표를 살 재원 마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영광군과 곡성군이 유권자들에게 그런 돈을 뿌릴 만큼 재정이 풍부한 지방자치단체도 아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재정자립도 조사(올해 5월 기준)에서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영광은 163위(11.7%), 곡성은 172위(9.3%)에 불과했다. 영광군의 지난해 세입은 9609억 원이었는데, 군에서 거둔 자체수입(지방세 등)은 972억 원에 그쳤다.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영광군은 또 역대급 세수 결손으로 곳간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또 돈을 살포하면 군은 ‘빚쟁이 지자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곡성군도 처지가 비슷하다. ‘고무신 선거’는 당장 고무신을 받는 유권자들에겐 달콤한 유혹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지방정부 재정이 거덜 나면 그 후유증은 자신과 자식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매표 정당’에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회초리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