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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불법 정치자금을 특정인에게 건넸다면,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가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검찰은 두 사람을 모두 기소하는 게 맞다.
그런데 검찰이 어느 한쪽만 기소하고 다른 쪽은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건 ‘선택적 기소’로 옳지 않다.
검찰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봐 주고 손 봐야 할 사람만 기소하는 것은 공소권남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검찰이 불법정치 자금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가운데 손 봐야 할 어느 한 사람만 특정해서 기소한다면, 기소당하지 않은 사람은 검찰이 회유하는 대로 기소당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도움과 공무원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비용 명목 등으로 어느 사업가의 아내 조 모 씨로부터 5회에 걸쳐 6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 씨가 2019년 '도시와 촌락'이라는 친목 모임에서 노 전 의원을 만나 친분을 쌓은 후 노 전 의원 측에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은 노웅래 전 의원만 기소할 게 아니라 그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는 조 씨도 함께 기소하는 게 맞다.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사람은 ‘공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노 전 의원만 기소하고 정작 불법정치자금을 주었다는 조 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참고인으로 불러 노웅래 전 의원에게 불리한 일방적인 진술만 받고 돌려보냈다.
이건 언론인이 보기에 상식적이지 않다.
대체 검찰은 왜 노웅래 전 의원만 선택적으로 기소한 것일까?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노 전 의원 측은 검찰이 '타깃(target)'으로 삼은 자신을 기소하기 위해 조 씨를 회유하고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이런 선택적 기소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노 전 의원은 검찰의 증거 제출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검사가 공범 관계에 있는 인물을 기소나 입건도 하지 않고 단순히 참고인 진술조서를 제출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나 공정한 재판의 틀을 깨는 것으로써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이란 법원에서 소송 중인 사건에서 법원의 직권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해당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노 전 의원 측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지난 24일 각하했다.
법원의 위헌제청 대상은 오로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일 뿐이고,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의 위헌 여부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물론 법원의 이런 보수적 결정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의한 자의적 공소권남용에 대해 면죄부를 주게 되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는 11월 줄줄이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의 이런 선택적 기소와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각하 결정은 좋은 먹잇감이 될지도 모른다.
이를 빌미로 범죄피의자가 검찰개혁과 법원 개혁을 들고나오는 기막힌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검찰의 선택적 기소와 그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 결정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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