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현재 당내에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주자는 5선의 윤상현 의원 뿐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5선)ㆍ안철수(4선)ㆍ김재섭(초선)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친윤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친윤계 핵심 인사인 이철규 의원이 '한동훈 대세론'을 지칭한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표현에 대해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경선)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당원들의 시각과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어차피 결정됐다면 참여할 의미가 없는 건데 우리 당 미래와 후보 당사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주장이고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와 관련해 “전통적 우리 당 지지자들이 볼 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주변을 에워싸고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게 되니까 우려하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원외 대표 불가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진행자 지적에는 "원내이기 때문에 되고 원외이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딱 잘라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누가 되든 당 대표가 되는 분은 당원 모두의 중지를 잘 모으고 정부와 잘 협업해가면서 정책으로 성공시켜 나갈 능력이 있는 분이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설 등에 대해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은)우리 당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제일 가깝고, 제일 큰 수혜를 받으신 분이 맞다"며 "또 많은 당원들이 저 분이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잘 뒷받침해주겠구나, 이 어려운 시기에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겠구나 해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는데 갈등설(등)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그런 것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외부로 표출됐는지 언론 보도를 통해 기억하고 있지 않냐"며 "그런 게 좀 아쉽다"고 여지를 남겼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출마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는 당내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통령과의 어느 정도 긴장이 불가피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저희가 여당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무조건 척을 지고 이렇게 가서는 정부도 성공시킬 수 없고 당도 실패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정답을 찾는 게 아마 한동훈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라고 밝혔다.
강승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가 갈등을 빚게 되고 그것이 당과 정부 여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그런 당 대표를 뽑으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차기 대권주자, 차기 당 대표도 정부와 일정적으로 긴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이 극대화된다면 또 정부 여당이 혼선을 겪을 것이고 결국 실패하는 거 아니겠냐"고 우려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만 문제는 친윤계가 실질적으로 한동훈 대세론을 막을 묘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친윤계가 한동훈 대항마로 비윤 주자 지원에 나설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 마저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나경원 의원은 총선 직후 '이철규 의원과의 연대설’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고, 김재섭 의원은 최근 ‘친윤계 지원설’이 나오자 “내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 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친윤계의 지원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당 대표는 내주더라도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출마해 실력을 행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당 관계자는 “친윤계가 당 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최고위원 선거에서 다른 비윤 주자와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의 당헌ㆍ당규는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면 지도부 자체가 붕괴하는 구조다. 한 전 위원장측이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구하기에 사활을 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는 ‘1인 2표’로 치러지는만큼 조직력으로 당선권을 조율할 수 있다.
실제 총선 참패 이후 위축된 친윤계가 침묵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당권 대신 최고위원 선거를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도부에서 주도권을 쥘 최고위원 확보를 위해 대세론을 업은 친한계와 친윤계 간 ‘대리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친윤계 차원에서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친윤계는 총선 패배에 따른 여소야대 정국, 대통령 국정지지도 하락 속에 구심점을 잃고 입지가 좁아진 상태”라면서도 “다만 친윤계는 압도적인 지역내 당원수를 내세워 최고위원 선거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당헌ㆍ당규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 체제로 전환된다는 규정이 있다. 당권주자들은 총 9명으로 구성되는 지도부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외에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을 우군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 도입되는 ‘당원투표 80%-일반여론조사 20%’ 룰은 민심으로만 승리를 노리기 어려운 ‘당심 영향권’으로 평가된다.
친한계에서는 한동훈 측근으로 알려진 장동혁ㆍ김형동ㆍ정성국 의원외에 배현진ㆍ주진우 의원 등이, 친윤계에서는 김정재ㆍ유상범ㆍ조정훈ㆍ김민전 의원 등이 최고위원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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