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안보협의체’ 필요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28 14:34:1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체(민생협의체)’가 28일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여야의 공통 공약 사항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 지원’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달 회담에서 합의한 지 약 두달만이다.


여야 간 극한 정쟁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민을 위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본연의 업무를 이제는 충실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총선 당시 양당은 모두 반도체 산업 지원을 공약한 만큼 협의체에선 특히 반도체·AI 산업과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이 같은 협의체 출범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한다.


물론 양당이 정말 민생 문제에 대한 실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으나 협의체가 출범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그런데 ‘민생’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바로 ‘안보’ 문제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회담에서 ‘민생협의체’ 구성만 합의할 것이 아니라 ‘안보협의체’ 구성까지 합의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호전적인 북한의 전쟁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28일 '남한 무인기의 평양 침투' 사건에 대한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했다면서 '한국군의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확정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증거 자료들은 수거된 무인기의 침입 목적이 반공화국 정치선동오물 살포이며 적대적 주권 침해 도발 행위의 주체, 그 시행자가 명백히 괴뢰 한국 군부 깡패들이라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선 대한민국 군사 깡패들의 위험천만하고 무분별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에 대한 최후의 경고는 이미 내려졌다"라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대꾸할 가치도 없고 확인해줄 가치도 없다"라며 "그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이 이처럼 무인기 소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남한을 무력 도발하기 위한 명분 쌓기의 일환일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에 김정은이 북한군을 대거 파견한 것은 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거기에서 실전을 경험한 북한군이 부분적인 남침을 강행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전투가 발생하는 국지전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한 정부를 향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와 북한도 사실상 북한군 파병을 인정했는데, 야권이 이를 정쟁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국가정보원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북한군 전쟁포로를 심문하기 위해 심문조를 파견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기관이 왜 남의 나라 심문에 참여한다는 것이냐”며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劃策)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는데 지금 행동을 보면 근거가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살상 무기 지원을 언급했다”라며 “정치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큰 죄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요구한 ‘김건희 특검’이나 받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김 여사 이슈를 ‘페이드 아웃’(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 효과)시키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했으며, 박선원 의원 역시 “윤석열 정권의 무능,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이런 것을 감추려는 의도”라고 했다.


가관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눈에는 정녕 북한의 도발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 국가 안보 따위는 정녕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래선 안 된다.


이처럼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안보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