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 文’ vs ‘구두쇠 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8-27 15: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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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돈벌이도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하고도 아주 못 난 한 가장이 있다.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인데 자식들은 그런 아비를 따르고 좋아한다.


그 비결이 뭘까?


빚이다. 은행 빚을 내서 그 돈으로 자식들에게 용돈을 두둑하게 주고, 자식들은 그런 용돈을 물 쓰듯 ‘펑펑’ 써댈 수 있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가정의 미래는 어찌 될까?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니 머지않아 길거리에 나 앉게 될 것이고, 아비의 빚은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대물림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 자식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 아비를 원망한들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런 가장을 둔 가정이 비렁뱅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만일 이런 사람을 정치 지도자로 둔 국가라면 어찌 되겠는가.


국가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런데 무능한 대통령을 선출한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엄청난 위험에 놓일 뻔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5년 만에 무려 400조 원 이상 국가채무가 증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부채가 120조 원 증가한 것을 비판하지만,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심지어 민주당은 재정 파탄 청문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나랏빚을 폭증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받는 민주당이 건전재정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실제로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까지 69년간 누적 국가채무가 660조 원에 불과했는데 문재인 정부 이후에 채무가 급증해 1076조 원이 됐다.


그로 인해 윤석열 정부는 재정 부담이 크게 늘었고, 일하기 어렵게 됐다는 걸 민주당은 정녕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시절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과도한 '퍼주기'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곳간에 돈을 쌓아두면 썩는다"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으면서 무려 10차례나 추가경정예산(150조 원)을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적자 국채를 316조 원이나 발행했다. 세계에서 모범적인 재정 안정 국가였던 한국은 순식간에 국가부채 위험국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윤석열 정부는 꼭 써야 할 곳이 아니면 쓰지 않는 구두쇠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딱한 상황에 놓였다.


빚을 내서 마구잡이로 돈을 펑펑 써대는 빚쟁이 아비와 달리 돈을 아끼는 구두쇠 같은 아비가 노릇을 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자식들이 나중에 비렁뱅이가 될지언정 빚을 내서라도 돈을 펑펑 써대는 아비를 더욱 선호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반면 구두쇠 노릇을 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그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빚을 내서라도 돈을 마구잡이로 퍼붓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가. 그건 옳은 길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과 연금 지출을 중심으로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ㆍ의결을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비효율적 부분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그런 연유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 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2025년도 예산안에도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 등 정부 관계자들은 예산안에 어떤 고민이 담겨 있고 예산안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국민과 국회에 잘 설명해드리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국민은 이런 윤석열 정부의 고뇌를 인식하고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후손이 빚쟁이로 전락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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