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주도 복지의 시작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10-13 15: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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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향한 따뜻한 기웃거림

 
김철수 서울 구로구의원

 

복지의 출발점은 거창한 제도나 막대한 예산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힘, 그것이 바로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사회 복지의 본질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적 성장과 복지제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가족과 이웃 간 관계의 단절은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으며,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누군가는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도움을 요청할 곳조차 찾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은 기존의 행정 중심 복지만으로는 주민의 다양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촘촘한 복지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위기에 처한 주민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제도는 실질적인 보호망이 되기 어렵다. 이제 복지는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시혜적 지원을 넘어, 주민이 스스로 이웃을 살피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참여형 복지로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있다.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민간의 다양한 자원과 공공의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지역사회 인적 안전망이다. 행정이 제도와 재원을 마련한다면, 주민은 현장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복지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이웃 간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원 대상을 늘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로구가 10월 12일 구로구청 대강당에서 1·2차로 개최한 「주민주도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를 위한 권역별 동 복지 워크숍, 이웃-기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교육이나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복지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권역별 운영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접한 동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유사한 복지 현안을 공유하고, 우수사례와 문제 해결 경험을 나누도록 한 것은 지역복지의 효율성과 현장성을 높이는 의미 있는 접근이다.

각 동의 복지 여건과 주민 수요는 서로 다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공통점도 많다. 분임토의와 사례 공유를 통해 지역별 특성을 이해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간다면, 개별 동의 역량을 넘어 권역 전체의 복지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웃-기웃'이라는 행사명에는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이웃을 향해 따뜻한 관심으로 기웃거린다는 것은 타인의 사생활을 간섭하는 일이 아니라, 어려움의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먼저 안부를 묻는 배려의 실천이다.

한 번의 안부 전화가 고립된 어르신에게 위로가 되고, 작은 관심이 위기가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의 관심이야말로 행정의 제도적 안전망을 보완하는 가장 인간적인 복지의 힘이다. 그러나 주민주도 복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선의와 봉사정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구로구는 협의체 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지속적인 교육과 활동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발굴된 위기가구가 실제 복지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행정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우수사례의 권역별 확산, 민관 협력체계의 정례화, 주민 의견을 반영한 마을복지계획 수립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워크숍의 성과 역시 참여 인원이나 행사 횟수가 아니라 위기가구 발굴, 서비스 연계, 주민의 삶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변화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구로구의회 또한 주민주도 복지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복지 체계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기반과 합리적인 예산 지원을 살펴야 한다.

복지는 사람을 향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주민이 있어야 한다. 행정의 책임과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역사회는 더욱 촘촘하고 따뜻한 복지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이웃을 향한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관심이 모여 한 마을의 미래를 바꾼다.

따뜻한 기웃거림이 일상이 되는 구로,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구로, 주민이 서로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구로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주민주도 복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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