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남북협력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3-19 19: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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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장 김충환 우리 강동구 북한 방문단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평양시 강동군과의 협력관계를 다지기 위해 북한을 다녀왔다. 북한 방문중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나와서 한동안 온 나라가 긴장 상태에 빠졌었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이산 가족 상봉과 몇 차례의 장관급회담이 열렸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남북관계는 워낙 민감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적십자, 종교 단체 등 다양한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는 국제적 변수와 국내 정치적 문제에 영향을 적게 받고 남북 교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평양의 강동군은 서울의 강동구와 이름도 같지만 지리적 문화적 조건도 비슷하다. 대동강 동쪽에 있는 평양 강동군은 단군릉과 고인돌 등 청동기 유적이 많이 있고 한강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의 강동구에는 신석기유적인 유명한 암사동 선사유적지가 있다.

두 도시의 교류와 협력은 나라의 고대 문화를 연구하는데 큰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에 위치하고 있어 양측의 교류 협력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 양측은 금강산에서 3차례의 사전 실무회담을 했다. 회담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적절한 명분이 있어야 하며 국내의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동구의 경우 84년 수해 때 북한으로부터 쌀과 옷감 그리고 시멘트를 지원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을 돕는 명분은 충분했다. 당연히 갚아야 할 빚을 갚은 것이기에 남측도 홀가분한 입장이었고 북측도 과거에 베푼 지원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이기에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민족문화교류재단의 협조로 강동군과 연결될 수 있었지만 현재 남북 간 지방자치 단체간의 교류협력 사업은 적절한 공식적 접근 통로가 확보되어 있지 않고 북은 중앙집권 체제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우리는 교류협력 사업으로 공동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지속성이 있는 사업, 예산이 많이 들지 않고 주민의 정서와 맞는 사업을 선정했다.

남북 국민간 통합을 위해서는 주민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 주민간의 관계가 지속되면 비록 중앙 정부간의 관계는 진통을 겪더라도 다소간 분단은 해소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는 겨울 내의를 가지고 갔다. 이번 방문을 통해 방문 목적이었던 신석기문화와 청동기 문화의 공동연구를 위한 국제 학술회의개최 문제, 남북 지역 경제협력 사업, 체육교류 사업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롭게 느낀 것은 북한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친절했으며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솔직하게 말했다. 북측은 남북교류와 협력사업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지자체간의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자체간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앞으로 정부는 정부간 교류와 자치단체 및 민간교류를 적절히 지원하여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번영이라는 남북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월드컵 축구 때 북측 인사들이 서울에 오고 평양의 아리랑축전에 남측 인사들이 북측을 방문하는 쾌거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50년이 남북이 서로 멀어지기 위한 투쟁의 기간이었다면 거꾸로 앞으로의 50년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한 협력의 기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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