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없는 전형적 부조리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5-27 17:02:3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12년만에 재공연‘대머리 여가수’ 현대연극의 대표적인 부조리연극 ‘대머리 여가수’가 연극계의 원로 김정옥씨의 연출로 공연되고 있다.

1963년 김정옥씨의 극단 자유에 의해 한국 초연된 이후 12년만에 다시 재공연중인 이 작품은 부조리연극의 시초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인 이오네스코의 처녀작.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대머리여가수’는 1977년 이오네스코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극단 자유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었다.

부조리연극은 일상적인 논리를 거부하고 줄거리가 없으며 시적 이미지의 대사로 극을 이끌어가는 현대 연극의 새로운 양식이다. 인간성의 해체와 사실주의 연극의 특징인 짤 짜여진 연극(Well made play) 구성을 타파하고 반복적이고 과장된 형태의 사건으로 뚜렷한 내용이 없이 진행된 연극으로 이오네스코에 의해 최초로 사용됐다.

연극 ‘대머리 여가수’에서 대머리 여가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한 마디 대사에서만 언급되는 것으로 지나쳐버린다.

막이 오르면 괘종시계가 17번이 울리고 여주인공(박정자분)은 “어머, 아홉시군요.”라고 말한다. 시종일관 말도 안 되는 대사를 읍조리는 배우들의 대사는 대사 그 자체일 뿐 대화로써의 기능은 하지 못한다.

따라서 부조리극에서 스토리라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성으로 사리를 따지며 연극을 보기보다는 별 생각없이 배우들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 관람할 준비가 돼 있다면 유쾌히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박정자를 비롯 권성덕, 권병길, 손봉숙 등 연극계의 쟁쟁한 배우들과 신예 유밀레, 김형태가 출연했다. 30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오후 4시, 7:30)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