愚公移山의 지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6-21 18: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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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가 아끼는 후배 중에 허인회라는 정치인이 있다. 민주청년연합회의 나라사랑청년회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그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를 즐겨 사용했다. 그가 정치인이 되어 지구당 위원장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지구당사를 방문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우공이산’이라는 글자가 큼직한 액자에 담겨 있었다.

당시 그가 한 권의 책을 내밀며 사인을 했는데 역시 말미에 ‘우공이산’이라고 썼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마침내 성공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고사성어다.

옛날 중국 북산(北山)에 우공(愚公-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우공의 나이 90세 때에 태형산과 왕옥산이 출입을 가로막는 것을 보고 산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이 두산은 사방 7백리에 높이가 1만 길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산이었다. 그런데도 우공은 아들과 손자 둘을 불러 “태형산과 왕옥산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 산을 없애고 예주와 한수의 남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너희들은 나를 따르겠느냐”하고 물었다.

가족들은 그의 뜻에 동의를 표하고 함께 산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우공은 그의 아들과 손자를 이끌고 흙을 삼태기에 받아 발해의 구석까지 가져다 버렸다.

이 모습을 본 어느 이웃이 그들 세 사람의 행동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바보 같은 행동에 정말 질렸습니다. 나이 90이라면 산에 있는 나무 한 그루조차 쓰러뜨리기 힘들텐데 그 태산같은 산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것도 겨우 세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그러자 우공은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당신의 소견이 너무나 좁은 것입니다. 내가 죽더라도 내 아들은 살아있을 것이고 그 아이들에게 손자가 생길 것이며, 손자는 또 어린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 그 어린아이가 또 어린 아이를 낳을 테니 자자손손이 끝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태산인들 배겨날 수 있겠습니까. 결국 산이 무너지고 땅은 평평해 질 것입니다.”

이웃도 우공의 이 말에는 아무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진행 중이던 사업들에 제동이 걸려 ‘삐거덕’거리고 있다.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전임자의 사업을 재검토내지는 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사업을 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단지 전임자가 진행하려던 사업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어받고 싶지 않아서 재검토 내지는 폐지하는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신임 단체장들 모두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를 배우기를 원한다.

지금 내가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지하더라도 그 뒤를 이어 새롭게 당선된 단체장이 그 사업을 이어받아서 진행하고 또 그 뒤를 이어 다른 후임단체장이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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