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아시스’가 그렇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두 남녀 육체적 장애인 한공주와 정신적 장애인 홍종두는 사랑으로써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극복해내고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잘 생기고 예쁜 배우가 나오는 멜로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또 전과자와 장애인의 사랑이라 해서 동정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아시스’는 관객이 불편해 하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것들을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고 오히려 이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만든다. 곧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영화의 시작은 추운 겨울날 여름옷을 입고 등장한 홍종두로부터 비롯된다. 뺑소니 사고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종두는 폭력, 강간미수에 전과 3범이다.
가족들은 이사간 사실도 종두에게 알리지 않을 만큼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불편해 한다. 동생은 종두에게 ‘내 인생 방해 좀 말아 주라’고 부탁하고 형수는 ‘삼촌이 없을 때는 정말 살 것 같았다’며 냉담히 얘기한다. 서른 살의 종두는 사회에 적응 못한 정신적 장애인인 것이다.
종두는 교통사고 피해자 집을 궁금하다는 이유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를 만난다.
공주는 같이 살던 오빠 내외가 자신의 명의로 장애인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가고 혼자 집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던 처지이다.
서로 공주마마와 홍장군이라 부르며 사랑하게 되는 둘은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쉽지 만은 않다. 식당에서 거절당하는 이들에게 근사한 외식은 시켜먹는 짜장면이 고작이다. 어머니의 생일 잔치에 공주를 데려간 종두는 가족들로부터 타박을 맞고 다른 연인들처럼 자유롭게 노래하고 스스럼없이 장난치고 싶지만 공주는 상상만 할 뿐 종두에게 표현할 길이 없다.
깊어 가는 둘의 사랑은 어느 날 아파트 양탄자 오아시스 앞에서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우연히 방문한 공주 오빠에게 들켜 버린 이들의 사랑 행위는 종두가 성폭행 협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가끔씩 훌쩍거리는 코에 건들거리며 다리를 떨고 비스듬히 숙인 고갯짓. 종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이면서도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캐릭터다. 매 영화마다 변신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강한 연기를 보여준 설경구는 정상인도 아닌 지나치게 바보도 아닌 그 중간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해 낸다.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문소리 또한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을 어색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을 만큼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베니스 영화제가 이례적으로 작품 제출 기한을 늦추며 기다려온 ‘오아시스’는 15일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 개봉된다. 칸에서의 낭보를 베니스에서도 들을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되는 작품.
<사진2>◆인터뷰-이창동 감독
단 두 작품만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그의 위치를 확인시켰다.
전작 ‘초록물고기’의 음습한 뒷골목에서 순진한 막동이를 ‘박하사탕’에서 아픈 현대사의 상처를 갖고 있는 영호를 보여준 이 감독은 신작 ‘오아시스’에서는 사회 부적응자 홍종두와 한공주의 사랑얘기를 들려준다.
‘사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사랑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오아시스를 ‘멜로 영화답지 않은 멜로 영화’라고 소개한다. 보통의 멜로드라마가 관객의 감정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동일화시키는 데 이 감독은 이를 철저히 무시한다. 멜로 요소가 갖는 틀을 거부하고 관객의 감정에 동일화시키기 힘든 요소를 배치해 그 안에서 새로운 동일감을 형성시킨 멜로 영화를 만든 것.
이 감독은 무심코 쓰이고 있는 오아시스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판타지 속에 나온 오아시스가 아닌 싸구려 아파트 벽지에 붙여 있는 오아시스는 낡은 의미의 단어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쓰이고 있는 오아시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원래의 의미는 망각한 채 살아갑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환타지는 낡은 것들에게 있는데 말입니다.”
두 주인공을 전과자와 장애인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외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규정 자체를 부정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이든 전과자든 이들은 모두 보통 사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살아가면서 절실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들도 똑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자기와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두 주인공이 일반인과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공주가 장애인이기보다는 제게는 매력적인 캐릭터일 뿐입니다.”
이감독은 영화 시작 초반에 제작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 바로 배우 문소리씨가 공주 역을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감독은 문소리 외에는 공주 역을 할 만한 여배우가 없다고 생각했다. 외국 영화에서도 장애인 연기는 실제 장애인이 한 경우가 많고 정상인이 장애인역을 한다는 것이 넘어서는 안될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다행히 문소리씨가 마음을 잡고 캐릭터에 몰입해 촬영이 시작됐을 때는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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