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가장의 권위’를 찾아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17 17: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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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 ‘도둑맞곤 못살아’ 오는 27일 첫 선을 보일 ‘도둑맞곤 못살아’는 영화 속 도둑과 집주인이 사용하는 첨단 장비와 호화주택 촬영세트 등을 볼거리로 내세운 영화다.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소심한 가장과 훔치는 것이 취미인 프로그래머의 한판 대결을 코믹하게 그렸다.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등에서 흥행배우로 인정을 받은 박상면과 TV드라마에서 활동해온 ‘유리구두’의 소지섭, ‘거침없는 사랑’의 송선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촬영 전에 컴퓨터상에서 카메라 앵글, 워킹 등을 미리 계산해 시뮬레이션화한 프리비쥬얼라이제이션 시스템을 도입한 화면은 적절한 구도와 배치로 세련되고 화려한 편.

영화의 내용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사무라이 픽션’의 사이토 히로시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의 호화주택에 살고 있는 말단 공무원 상태(박상면)는 아들과 딸을 옆에 끼고 TV 보는 것을 단란한 가정의 모습이라 생각하지만 가족들로부터 은근히 따돌림 받는 소심한 가장.

가정교사였던 상태에게 반해 결혼한 마리(송선미)는 상태에게는 분에 넘치는 예쁜 아내. 발명가인 아버지와 미맹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마리의 취미는 특이한 요리를 만드는 것. 맛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녀가 만든 요리는 주위 사람에게 괴로움을 줄 정도다. 다행히 아들과 딸 모두 미맹 유전자를 물려받아 상태만 마리의 요리를 참으면 행복한 식사시간이다.

도둑질이라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강조(소지섭)는 유능한 게임 프로그래머로 명성을 얻고 있는데다 잘생긴 외모까지 갖고 있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남자다. 사는 게 무료하기만 한 그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 원하는 물건을 훔쳐내며 스릴과 성취감을 느낀다.

상태의 집을 찍어둔 강조는 TV 리모컨, 냉장고의 초밥, 3만원 등 사소한 물건들을 일곱번이나 하나 하나씩 훔쳐간다.

상태는 자신의 단란한 가정이 누군가에 의해 침범 받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지만 소심한 그가 강조를 당해내기에는 역시 역부족. 강조에게 계속 일방적으로 당하며 가족들의 멸시를 받던 상태는 무술도 배우고 집을 요새화 하는 등 도둑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배꼽 잡을 정도의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특징 있는 캐릭터들이 주는 행동이나 말투는 부담이 없다. 그나마 박상면의 개인기가 영화의 빛을 발하지만 감독이 말하는 후반부의 가족애에 대한 감동을 주고 싶었다는 부분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마리가 만드는 엽기적인 음식들이나 상태와 강조가 가지고 있는 첨단의 소품 등은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100여분의 상영시간을 소화하기는 역부족인 듯하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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