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29 13: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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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 아버지란 존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개의 경우 어머니가 인자함, 포근함, 안락함을 주는 존재라면, 아버지는 우리에게 엄격하고, 권위적이며,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부계사회를 형성한 이후 아버지가 식솔들을 거느리고 먹여 살려 왔고, 그 아래 가족들은 생존을 위해 그를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주종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부터 차츰 아버지의 영역은 축소됐다. 특히 남녀평등사상, 개인주의의 팽배, 산업사회의 발달, 핵가족화 등은 아버지의 가정에서의 위치에 변화를 가져왔다. 아버지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게끔 된 것이다.

그리하여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아내나 자식들이 그 권위에 도전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게 됐다. 우리는 아버지란 존재의 나약한 모습을 IMF 때의 실직 가장으로부터, 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 아들들의 행태로부터 간접적으로 파악한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인가? 가정에서 아버지는 제외될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올바른 가정의 정립을 위해서는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올바로 설 필요가 있다. 특히 아버지의 대를 잇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저명 인사 일곱 사람의 아버지 얘기를 다룬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초상’이란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독일 출신의 일곱 명사들이 아버지로서, 또는 아들로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는가를 기술한 책이다. 우선 모차르트는 음악적 천재성을 발견한 아버지 덕분에 그의 재능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었던 경우에 속한다.

그는 아버지가 교육자였기에 음악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교양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성장한 후에도 계속 간섭하고자 한 아버지를 모차르트는 더 이상 따르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아버지는 쓰라린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아버지의 역할을 적당한 시점에서 끝내지 못하고 자식들을 자신의 노년을 위한 보장으로 생각해서 그의 꿈이 깨진 예라고 볼 수 있다.

아들은 아들로서의 삶이 있는 법이다. 아들에 대한 지나친 방관도 아들의 장래를 망치게 하지만, 아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도 역시 아들의 삶을 망치게 한다.

이러한 결론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명쾌히 얻어질 수 있다. 휴머니스트 刊, 362쪽, 1만2000원. 박호영 교수(한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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