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신성함이 공존하는 역사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0-16 17: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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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느티나무는 농촌사회에서 항상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던 상징물이었다.

가족의 건강과 장수를 비는 나무이자 시원한 그늘에서 농부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쉼터였으며 느티나무 잎이 돋는 모양새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정동주 글/윤병삼 사진/도서출판 이룸)은 마을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느티나무를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느티나무는 아이들이 천자문을 배우고 한글을 깨치는 서당이기도 했으며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는 민주 광장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느티나무를 베거나 가지를 꺾는 사람에게는 술 한동이를 내야한다는 규칙까지 만들어 보호했다.

이렇듯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하늘의 신이 마을을 보살펴 주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 신성한 힘을 가진 나무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우리 민족의 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여러 가지 놀이와 행사를 끄집어낸다.

60kg이 나가는 들돌을 어깨 너머로 들어 던지면 성년임을 인정받게 되는 들돌들기, 물기없는 음식을 장만해 제를 지내던 동제의식, 마을 주민이 함께 해야하는 부역이나 혼례, 상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결정을 짓는 대동회의도 이 나무아래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시작되고 느티나무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해 베어져 더 이상 심지 않아 존재하지 않게 됐다.

심지어 일제시대에는 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 밑에서 단결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나무를 베어 버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느티나무는 우리 역사 속 짙은 민족적 자존심으로 살아 있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담당하는 나무로 자리잡고 있다. 272쪽 15,000원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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