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에 오늘오늘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1-18 21: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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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고향에 대한 추억들 그려 80년대 중반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우정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 수필가 유안진씨가 새 수필집 ‘옛날옛날에 오늘오늘에’(도서출판 아침이슬 刊)을 내놓았다.

이 책은 저자가 유학시절부터 30년간 우리의 전통 육아와 교육민속 연구과정 속에서 잊고 지내던 옛노래와 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우리네 사는 모습과 이웃들의 삶을 편안하게 그리고 있다. 촌티나지만 소박하고 인정 넘치는 우리말과 자장가와 각설이타령, 구전동요 등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섬세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추운 겨울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깜박깜박 졸면서 듣던 옛날이야기부터 옆집 아주머니가 들려주던 구수한 노래 한 자락, 친구들과 뛰면서 고무줄놀이를 하며 부르던 전래동요, 냇가를 구르고 논둑길을 달리던 친구의 목소리... 힘들고 고단한 삶이었을지라도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면 정겨운 추억이고 허허로운 웃음 한번 지을 수 있는 여유가 남게 마련이다.

마음 속의 고향에는 산 사람만큼이나 인정 넘치는 귀신이 있고 보릿고개에 배곯는 친정 조카를 위해 상을 내오던 고모님과 이모님의 짙고도 아린 사랑이 있었다. 잘못된 열녀관과 현모양처상을 비판하는 뼈있는 목소리가 있는가하면 개똥이니 섭섭이니 하는 촌스럽지만 순수한 인정이 느껴지는 우리의 이름이 있다.

‘접방살이 흉도 많다 / 고공살이 일도 많다 / 시집살이 말도 많다 / 시집살이 말이 많아’ 하며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처량한 노랫가락에 실어 흘려보내기도 하고 배고픔에 대한 설움을 자장가로 달래기도 했다. 장날이 되면 찾아와 걸판지게 놀고 가던 각설이 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도 보고 동무들과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부르던 누가 지었는지 알 수도 없는 노래들이 귓가에서 맴돌기도 한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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