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동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1-05 15: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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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세르반테스는 기사 소설들을 읽고 마음에 들지 않아 ‘돈키호테’를 썼고 볼테르는 라이프니츠의 낙관주의에 화가 나서 ‘Candide’를 썼다. 스위프트는 현실이 못마땅해 ‘걸리버 여행기’를 썼으며 호프만 박사는 질 나쁜 어린이 책을 보고 화가 나 ‘스트루벨페터’를 썼다. 독일의 ‘라이너 침닉’의 작가 인생 역시 이렇게 시작됐다.

돈 한푼 없이 다락방에서 살던 한 젊은 화가였던 라이너 침닉은 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 광고를 보았다. 당장 출판사로 달려간 그에게 출판사 직원은 원고를 주면서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세 편의 책을 만들었다.

독일에서는 생텍쥐페리에 비유될 만큼 인기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작가 라이너 침닉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출간된다. 첫 번째로 번역된 작품은 1956년에 쓰여진 ‘크레인’(도서출판 큰나무 유혜자 譯). 비록 46년 전의 작품이긴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이책은 산업이 발달하고 눈부신 과학의 성과를 이룬 첨단의 시대에도 근본적으로 과거의 시대와 달라진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도시가 커지면서 비좁은 기차역에 밀려드는 수화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의원들은 크레인을 세운다. 크
레인을 사랑했던 한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크레인을 다루며 시의원의 인정을 받아 기사로 채용된다.

단 한순간도 크레인을 떠나지 않고 하루종일 나사를 조이며 크레인을 관리하는 크레인 기사. 그는 우편물을 받을 때나 밥 먹을 때, 친구가 찾아왔을 때도 크레인 위에서만 생활을 하며 삶을 즐긴다.

일요일마다 나비를 잡으러 가는 열두 명의 시의원들을 태워주고 독수리와 친구가 되어 상어들과 싸우고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물고기들을 위해 성탄축가와 트럼펫을 불러주는 크레인 기사는 49미터 위에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내려다보며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크레인’은 미사여구 없이 잔잔하고 솔직함 속에서 묻어나는 사회성과 시대성을 적절히 표현해내고 있다. 크레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은 펜과 연필만으로 그려진 그림을 통해 입체성과 상징성을 부여하며 유지시킨다.

소박하면서도 진지하게 인간 본연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마음과 깊은 울림을 갖게 만든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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