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 벗어나야 …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2-19 18:04:1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정치행정팀장 이영란 {ILINK:1} 엊그제 우리는 SK그룹이 JP 모건사와의 이면거래, 내부 부당거래 등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나라당이 ‘기획된 재벌 손보기의 신호탄’ 운운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일은 동기야 어떻든 재벌비호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9일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현대는 봐주면서 웬 재벌길들이기인가”라며 “이번 검찰수사가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른 정상적인 수사라고 검찰이 변명하지만 공정위 조사조차 거치지 않아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행여나 미운털 박힌 재벌을 희생양 삼아 ‘재벌 길들이기’를 기도하는 것이라면 감당 못할 부작용을 자초하는 짓이라며 검찰을 향한 은근한 협박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무서운 재벌을 잘못 건드리면 큰일날지 모르니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알아서 적당히 넘어가라는 주장으로 들리는 것은 단순히 듣는 사람의 문제인가.

물론 야당에서 말하는 ‘좋지않은 경제상황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대는 봐주고 왜 SK만 건드리느냐는 식의 한나라당 발언은 스스로의 편협성을 드러낼 뿐 설득력이 없다. 대북송금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그룹 계열사와 부당 내부거래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SK C&C에 대해 이미 국세청이 나서 정밀조사 중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이 ‘정치권의 시녀’로 전락될 만큼 엉터리 관행이 횡행했었다. 권력의 이름을 단 정치권의 전화 한통화로 불법이 합법으로 타협되던 기가 막힌 현실이 펼쳐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새롭게 출발하는 정권을 호랑이처럼 지켜보고 있다. 권력이 섣부르게 휘둘러지던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이번 일은 정치권에서 감놔라 대추놔라 다툴 사안이 결코 아니다. SK주식의 내부자 거래가 있었는지, 이면거래가 있었는지는 검찰이 조사하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짓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재벌과 대기업의 불법 행위까지 눈감아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검찰의 공정한 법집행 의지가 필수적으로 이행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쓸데없이 남의 일 참견하지 말고 자중지란에 빠져있는 자신들 살림이나 제대로 챙기면 된다. 허구헌날 세비만 축내는 모습보다 어떻게 해야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될 것인지 고민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