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와 북핵문제 등 국내외의 각종 악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현재 주가가 바닥을 기고있다.
더욱이 국내경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던 IT관련 벤처기업들마저 줄지어 부도를 내는 등 한국경제가 깊은 수렁에서 빠져헤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치권이나 정부내 비경제분야 관계자들은 현 국내 경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이들은 “먹고사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의 최악의 상태까지는 가지 않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습들이다.
게다가 현재의 한국경제가 왜 이처럼 허덕이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을 찾아 경제회복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
이처럼 소위 지도급 인사들로 불리는 사람들이 국내 경제악화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현재 길거리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나 노숙자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고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정부의 신용카드사용 장려정책의 폐단으로 수십만명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했으며 카드대금을 갚기 위해 성을 팔고 사는 매매춘이 급증했다.
국내 지도층인사나 부유층들은 이같은 현실이 자신들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문제이기에 실감을 못하는 지도 모른다. 이들은 “하루빨리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만 앞세울 뿐 실제로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한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97년 당시 IMF의 한파에서 아직도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기에 다시 한번 환란을 겪게 된다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각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경제위기에 대해 연일 집중적으로 다루며 앞으로 닥칠지 모를 경제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여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경고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며 강한 거부감만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에도 대외여건이 악화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성 발언이 발표되자 재정경제부가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솔했다”고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재경부가 시대의 변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즉,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 관계자 등의 발언에 민감하게 동요하던 때는 지났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제 국민들에게 국내경제 현황과 전망을 솔직하게 밝히고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 주 박승 한은총재는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재정확대 등의 부양책보다는 국민이 내핍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 현 국내 경제상황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밝히고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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