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외계인”황당한 납치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26 16: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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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감독의 상상력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

코미디에 멜로, SF,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비틀어져 섞여있는 형식미나 ‘외계인 침공’이라는 소재의 독특함, 혹은 신하균, 백윤식 등 주연배우의 열연, 그리고 ‘길’, ‘블레이드 러너‘, ‘양들의 침묵’, ‘미저리’,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 여러 영화들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뒤섞여 있는 풍성함, 후반부 허를 찌르는 반전 등 영화의 장점은 끝이 없어 보인다.

주인공 병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순이가 그로부터 냉대 받는 또 다른 피해자로 비쳐지는 것 정도가 아쉬운 부분.

강원도 한 탄광촌에서 마네킹 만드는 일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는 병구(신하균)는 어릴 적 아버지의 자살,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던 일, 여자친구의 죽음,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등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얼마 안 있어 개기월식이 되면 지구는 멸망하게 된다. 이를 막을 방법은 오직 한가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는 것. 병구는 이를 위해 지구인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는 화학공장 사장 강만식을 납치한다.

이유는 강 사장이 지구에 있는 외계인 중 왕자와 접속할 수 있는 ‘로얄 분체 교감 유전자’를 유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 취미란 게 누드로 골프치기에 여배우와 호텔 드나들기인 강 사장은 전형적인 악덕 기업주. 경찰청장의 사위인 그가 납치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병구는 왕자와 접속하게 해달라며 물파스, 때밀이 수건 등을 이용해 강 사장에게 고문을 가하고, 강 사장은 수 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경찰이 취재망을 점점 좁혀오는 가운데 어느날 병원에 입원해있던 병구의 어머니가 결국 죽게되는데…

영화의 매력은 감독이 보여주는 사소한 유머에 있다. “똥 냄새로 결국 범인을 잡으셨다는 추 형사님 이시군요”, “저, 혹시 고향이 안드로메다 아니십니까?”,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위험한 거야” 등의 대사나 ‘인형 머리 빗기기’, ‘인형 옷 다리기’ 등 여주인공의 소소한 취미, 가래 뱉는 소리처럼 들리는 외계인 언어 등 영화 속 유머들은 그다지 고상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유쾌하다.

‘지구를…’이 대중적 코드와 잘 맞아서 극장 흥행에서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는 오래간만에 보는 독특한 영화라는 평을 받을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인 ‘병구’는 병든 지구의 약자라고.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박정식 기자 pjs@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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