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가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31 20: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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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철새정치인으로 낙인찍힌 입당파들의 입지가 말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철새행각이 당초 기대했던‘영달’은커녕 오히려 ‘적자’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놓고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처지가 못되고 보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속이 탈까.

이들 중에는 워낙 잘나갔기 때문에 상대당에 스카웃(?) 대상이 된 경우도 있지만 햇볕지향적 성향을 발휘, 당시 집권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한나라당을 택해 철새가 됐던 경우도 있다.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둥지를 옮긴 김원길 강성구 전용학 원유철 박상규 이근진 김윤식 의원과 국민통합21을 거쳐 자민련행을 택한 안동선 의원 등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간 강창희 이완구 이재선 이양희 함석재 의원 등도 ‘철새 정치인 타이틀을 부여받고 17대 총선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까지 출마했던 김민석 전의원의 국민통합21 합류소식은 주변을 충분히 놀라게 하는 뉴스거리였다. 덕분에 그는 철새의원의 대표격으로 떠오르게 됐다.

과거 ‘국민회의’ 시절부터 잘나가던 전력 때문인지 한때 당내 개혁파 진영은 그를 향해 “양지만을 좇는 배신의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쏟아 붓기도 했다.

학생운동권 시절 동지였던 임종석 의원 등 ‘386세대’ 지구당 위원장 6명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개혁과 국민경선의 산파임을 자랑하던 김전의원이 제일먼저 민주당과 국민을 배반하고 야합과 불의의 길을 택했다는 데 분노와 서글픔을 느낀다”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철새행각으로 손해를 본 정치인들은 또 있다.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며 소위 킹메이커를 자처했던 김윤환·박찬종 전의원 등은 아예 보따리를 싸야 할 판이다.

민주당에서 자민련에 새 둥지를 튼 이인제 총재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당을 옮겨가면서 두 차례나 경선에 불복한 전력도 그렇지만 이 대행의 뜻과 다른 표심을 보여주고 있는 충청권 정치흐름을 볼 때 아무래도 이 대행의 지역맹주 꿈은 요원해 보인다.

지역표심(한나라당-영남, 민주당-호남, 자민련-충청)이 존재했던 과거 ‘3김시대’라면 혹 모를 까 이제는 정치적 이념없이 오락가락 하는 철새정치인들은 아예 정치재개의 꿈을 접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지금 참여연대 등 각 시민단체들은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노라 벼르고 있다.

시민단체가 낙선운동 대상자를 선정하는 우선순위 가운데 일순위가 바로 ‘철새’들이다.

내년 총선까지 버티다 공천도 못받고 밀려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철새행각을 반성하며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지구당 위원장직을 물러나는 모습이 바람직할 것이다.

설마 우리가 내년 총선현장에서까지 철새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불운을 겪게 되지는 않겠지.

철새의 멸종 소식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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