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02 18: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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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달러짜리 호텔서 ‘푸대접 하룻밤’ 지난번 알마타에서 아크타우로 오면서 내 옆 침대칸에서 잠을 잤던 나탸샤와 이번의 알피아는 시간이 좀 지나야 잊혀질 것 같았다.

아크타우 역에 비해 5배나 커 보이는 아트라우 역에는 유난히도 경찰관들이 북적거렸다.

온통 경찰 밖에 보이질 않는 듯 했다.

그들에게 다가가 오비르에 신고를 하려고 경찰서가 어디냐고 물으니 3일 이상 머물지 않을 것 같으면 지금 타고 왔던 기차표만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친절하게도 택시까지 잡아주면서 시내의 호텔까지는 6km정도 떨어져 있으니 200뎅가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도 일러줬다.

아트라우의 가장 저렴하다는 호텔인 사나토리야시까지 기분 좋아 보이는 아저씨의 택시를 잡아타고 갔는데 500뎅가를 달라고 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따졌더니 그러면 300뎅가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조금전 경찰관이 말하길 200뎅가이상 주지 말라고 했더니 무진장하게 떫은 표정으로 사라지는데 한국의 택시 기사님들 외국인 관광객한테 바가지 덮어 씌우는 일이 없길 바란다.

넓은 정원에 아랄강을 끼고 있는 사나토리야시 호텔에 들어서니 15달러짜리 방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고 최하가 75달러 방이라는데 하도 기가 차서 론리플래닛 책자를 보여주면서 2년 만에 호텔비가 이렇게 많이 올랐느냐고 하니 누가 이런 엉터리 책을 들고 다니며 여행을 하느냐며 핀잔만 얻어먹고 배낭을 짊어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1km를 걸어 아크자이크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싼 방을 달라고 하니 24달러 짜리 방을 주는데 방의 전경은 카스피해가 보였던 방과 마찬가지로 끝내주었다.

여기서도 겉만 번지르르한 경험을 호텔 때문에 온몸에 화상을 입을 뻔했다. 아트라우의 오늘 온도가 39.8도까지 올라갔다. 방에 가자마자 샤워실의 수도꼭지를 돌리기가 무섭게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물만 쏟아져 샤워한번 하고 나면 통닭구이 신세가 되기 십상이였다.

오리지널 구 소련제 흑백 텔레비전은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브라운관이 꺼져버렸고 외출할 때마다 잘 잠기지 않는 문 때문에 8층의 아줌마 신세를 져야했다.

24달러를 1달러에 1250원으로 환산하면 3만원인데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부족함 없는 방에서 잠을 잘 수가 있을 텐데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 신강에서는 평균 30~50위안 호텔에서 잠을 잤고 24달러면 거의 200위안에 가까운데 이만한 돈이면 빵빵한 특실에서 보낼 수 있는 거금이었다.

중국의 5∼6배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고도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그렇다고 하소연 할만한 곳도 어디 마땅치 않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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