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이 난리라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17 18: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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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어느 서울시청 출입기자가 참여정부의 취재시스템 개편에 항변하며 쓴 글을 읽었다.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기자실 개혁의 큰 방향은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개방하고 출입기자단을 해체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는 이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항변은 자기 몫의 파이를 뺏기기 싫다는 앙탈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요지는 대략 이렇다.

“현재 내가 출입하고 있는 서울시청은 출입기자만 100명이 넘어 기자들이 다 앉을 자리도 없다. 기자들은 독서실 비슷한 부스에 노트북을 놓고 취재를 다니든 전화를 하든, 인터넷을 검색하든 한다.

그나마 출입기자라는 명목으로 ‘동등한’ 취재기회를 제공받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국·과장들을 만나 취재하기가 쉽지 않다.

출입기자가 될 수 없었던 ‘주간지 기자’ 시절에는 이보다 더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은 기자를 싫어하고 게다가 출입기자가 아니라고 하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좋은 기사, 정확한 기사가 나올까.”

이 글을 쓴 당사자는 상대방 눈속에 박힌 티끌을 지적하면서 정작 자기 눈에 들어있는 들보는 못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서울시에 ‘출입기자단’이 있다.

누가 부여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출입처의 진골성분 집단이다. 시예산으로 기자실을 쓰고 있으면서 기자실 주인처럼 행세하고 있다. 시정에 대한 정보도 우선적으로 배당받아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다.

‘자질보호’라는 명목을 앞세워 누가 정했는지도 모를 나름대로의 ‘룰’을 내세워 타인의 근접을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이기심으로 뭉쳐있는 기자단의 때아닌 우월의식은 정말 못 봐 줄 만큼 멋대로다.

안일한 편익에 길들여지는 그들을 보노라면 마치 사육사의 ‘먹이’에 길들여지는 동물원 맹수가 연상된다.

그런 그들이 ‘좋은 기사’ 운운하며 참여정부의 취재시스템 개편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그들과의 전쟁이 싫어 출입기자 명단에 오르길 포기한 우리 기자들이지만 서울시 정보에 대해서만큼은 출입언론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실 기자단이 무슨 권력 기관이나 되는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잘못 된 일이다.

과거 인천공항 기자실 문제로 얼마나 시끄러웠는가.

안타까운 것은 과거 기자실의 폐해를 맹렬히 지적했던 한겨레신문 기자들마저 출입기자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 기자실의 문제를 바로 보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실이 난리’라는 호들갑을 버리고 차라리 ‘자아비판’에 나서 진정한 자기발전의 길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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