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는 ‘호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4-30 18: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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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현직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한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로 사건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이래저래 검찰만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안희정(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당초 혐의를 뒀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에서 약간 비껴간 ‘죄목’을 안씨에게 적용한 것에 대해 끼워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 등 갖가지 덤터기가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설사 이번 검찰수사가 자체개혁을 위한 결연한 의지에서 출발했다하더라도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몸통으로 번지는 법적책임을 차단하고 보호하려는 짜고치는 고스톱식 제스쳐’,‘세풍이나 병역비리 수사는 하는 둥 마는 둥 어정거리더니 순진한 정치지망생만 잡고 있다’,‘지난번 검찰 인사파동에 대한 설욕전’등 부정적인 여론 앞에서 어떤 형태로든 검찰 측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 뿐 아니라 정치권 반발도 검찰을 진퇴양난의 곤란 속에 밀어붙이는 요소다 .

임종석 의원과 이인영, 우상호 위원장 등 민주당 소장파 원내외 위원장 14명은 “안씨 구속 수사는 무리한 법적용이며 또다른 의미의 여론수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찰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안씨가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론과 법을 앞세운 검찰에 의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는 검찰 중립의 또 다른 훼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안씨가 쓴 돈의 용처를 제대로 밝히라는 등 한나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검찰은 한나라당 사건인 세풍이나 병역비리 사건에서도 눈치보기로 일관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호되게 받은 바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많은 권력형 부정비리사건들을 수사하면서 보여준 행태로 ‘정치권의 시녀’라는 불명예스러운 굴레를 자초한 셈이다.

자발적 충성심의 발로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인사권을 틀어쥔 정치권 앞에 ‘독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불가항력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이를 벗어나기 위한 검찰 내부의 자정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고충을 헤아려주기엔 국민 불신이 너무 깊어져 있다.

그러나 위기가 호기 아닌가.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그동안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3권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적기다.

개혁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의 행동이 무엇이겠는가. 공정하고 소신있는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리당략에 근거한 그들의 얄팍한‘어거지’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라. 법조인의 양심을 우선으로 한 참다운 ‘환골탈태’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 약발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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