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는 가려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6-23 19: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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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공식 거부했다.

그러나 새롭게 불거진 150억원 수수의혹은 이와는 별도의 사건이라며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그 수사방법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에대해 ‘현 정부의 단 하나 업적인 특검제 실현을 허물어뜨려 독선과 독주’, ‘반민주의 길로 들어섰다’,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발로는 국민을 짓밟는 것이 노 대통령의 실체냐’며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함께 별도의 특검법 제출은 물론 민생과 관련 없는 법안에 대한 심의 거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처리 등 국정운영 태클을 걸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데 노 대통령측은 이러한 한나라당 공세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한나라당 쪽에서 맥이 빠진 느낌이다.

명확한 명분없이 퍼붓는 공세는 도리어 말의 화살을 날리는 쪽을 향해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기 쉽다.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 그렇다.

한 손가락으로 다른 이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나머지 아홉 손가락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나라당 모체였던 정권이 이나라를 통치해왔다.

그것이 어쩌면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원죄일지도 모른다.

아전인수도 한도가 있는 법.

과거 너희들이 통치할 때는 뭘 어떻게 잘했는데?

그렇게 질문한다면 답할 수 있는가.

어설픈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 시절 중공군의 ‘인해전술’이 막강한 끗발을 날리던 때도 있었다.

아무런 전략없이 그저 몸으로만 밀어붙여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있었던 미국과 이라크 전에 중공군이 떼지어 연합군으로 투입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세상은 그처럼 달라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의 과대망상에 빠져있는 꼴이다.

툭하면 국정 협력 거부 카드를 들고 나오는 거대야당의 이같은 모습은 식상할 뿐이다.

그들의 ‘협박’은 기본적인 ‘기’(氣)도 느낄 수 없다.

잦은 호령으로 말미암아 본전은커녕 그나마 갖고 있던 말의 권위조차 무너뜨리고 말았다.

노대통령 말마따나 국회는 국민을 위한 기구이지, 정쟁 도구나 범법행위자의 도피처로 악용돼선 안된다.

한나라당은 지금처럼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오합지졸의 모습을 거두라.

그것보다 특검 결과 발표 내용을 지켜본 후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차분한 대응책을 모색하라.

특검 재수사 거론은 그 이후의 문제다.

아무리 급해도 앞뒤는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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