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98년 4월 경 정부가 북한에서 고폭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대 계열사를 통해 현금을 보냈다며 지난 번 수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을 때보다 한층 더 강경한 분위기로 특검 처리 방침을 굳히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나라당이 ‘범법 행위의 결과물’인 새 특검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하는 것은 물론 `의원직 총사퇴’ 등 특단의 대책도 불사하겠다며 벼루고 있어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국가 2급 기밀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국정원장이 보안을 요청하며 비공개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을 한나라당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이 최병렬 대표에게 누설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행위라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국회법상 비공개로 개최하는 정보위 회의내용이 유출되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국회법 제 54조의 2 제2항(정보위원 등의 기밀누설 금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 3(공무상 기밀누설에 관한 가중처벌)에 따라 고발을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고폭실험이 무슨 기밀사항이냐며 마땅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발끈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원의 초법적 발상으로 스스로 법을 어기는 모순에 대한 아전인수적인 대응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본 기자의 입장이다.
모르긴 몰라도 국회 상임위에서 보고하기 전, 국정원장은 ‘고폭실험’과 관련, 기밀엄수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을 것이고 당시 상임위에 배포됐던 해당 보고 문건이 즉시 전량 회수된 것으로 보아 당시 정보위에 참석했던 국회의원은 보고내용이 국가 2급기밀사항이라는 데 대해 전원 동의한 셈이 된다.
만약에 최대표 말대로 국민에게 마땅히 알려야 할 사항이었다면 국회의원들은 그 자리에서 입법기관으로서의 역량을 발휘, 기밀사항으로 분류되는 것을 막았어야 옳다.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절차로든 국회 동의를 얻은 사안에 대한 엄수는 당연하다. 또 처벌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이를 어기는 것은 엄연한 범법행위다.
정당의 당리당략이 국가법 위에 존재할 수 있는가.
당연히 없다. 이는 곧 국가 기밀을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익을 위해 누설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참에 정쟁에 급급한 국회의원이 누구누구인지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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