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수의를 입은 채 포승줄에 묶여 줄줄이 법정에 서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이다. 그 중 단골 계층을 꼽으라면 단연코 정치권일 것이다.
정치인들을 어제의 권력자에서 오늘의 전과자로 전락시키는데 늘 결정적 역할을 해 온 것이 있다.
바로 ‘정치자금’이다.
과거 정치자금 관련 사범은 당시 정권에서는 암묵되다가 일단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나면 불거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굿모닝게이트로 폭탄을 맞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 ‘건’은 그가 현 정권창출의 1등 공신으로 인정된다는 측면으로 볼 때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이 되고 나면 정치자금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 그동안의 정치관행이었다.
때문에 지금 ‘굿모닝게이트’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마냥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정치자금에 대해 이참에 여야 정치권이 나서 ‘고해성사’를 통해 풀어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은 참으로 시의 적절하다.
정치자금에 있어 정치인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동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서로 봐줘가며 ‘살살’ 건드리기 식으로 어설프게 쇼나 하다가 유야무야 넘기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다.
정치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면 바뀐만큼 그에 걸맞는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방식으로 정치개혁을 이루자는 노대통령의 제안은 정치인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명처방’이라고 본다.
사실 현행 선거자금법상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자금을 ‘검증대’에 올려놓고 고해성사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한나라당에서 “여야가 함께 고백하자고 하는 것은 사태를 호도하려는 물귀신 작전”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먼저 공개토록 지시할 경우 한나라당이 이를 따르지 않을 재간이 있으면 몰라도.
그러지 말고 모두 다 털어내자.
고해성사가 무엇인가. 모든 과오를 밝히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맹세함과 동시에 이미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홀가분하게 내년 총선을 치르자. 이 땅에서 정치지도자를 전과자 대열에 세우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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